“연기를 처음 시작할 땐 생각도 없고 욕심도 없었어요. ‘지붕뚫고 하이킥’이라는 작품을 만나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최고가 되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어요.”
2002년 그룹 슈가로 데뷔해 2009년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황정음은 2009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잠깐 뜨고 지는 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드라마 ‘자이언트’를 통해 정극에 도전, 이후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 타임’, ‘비밀’, ‘킬미힐미’ 등 히트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작 ‘그녀는 예뻤다’까지 성공하면서 황정음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가슴 절절한 장르물까지 아우르는 ‘믿고 보는 배우’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그녀는 예뻤다’는 1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4.8%를 기록, 다소 저조한 성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1회 방영 직후 그녀의 연기변신은 호평을 받았고,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 마지막회 15.9%, 최고시청률 18.9%를 기록했다.
1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황정음은 시청률에 대해 “1회 끝나고 반응을 보니 잘될 줄 알았다”며 “조성희 작가에 대한 믿음과 입봉 감독님이었던 정대윤 감독의 열정을 알고 있었기에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정음이 ‘그녀는 예뻤다’에 출연하게 된 것은 ‘지붕뚫고 하이킥’부터 인연을 맺은 조성희 작가 역할이 컸다. 그는 “처음 ‘그녀는 예뻤다’ 시놉시스를 받을 당시 가벼운 드라마를 하고 싶지 않아서 고민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조성희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심했고, 황정음은 또다시 신드롬에 가까운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황정음은 종영 소감에 대해 “무사히 촬영 마쳐서 감사하고 너무 행복하다. 2개월 동안 하루 1시간 밖에 못 자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회를 보니 혜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내기 싫더라. ‘언제 또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드라마가 참 매력적인 작업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황정음은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너무 만족스럽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전작 ‘킬미힐미’에서 남매로 호흡을 맞췄던 박서준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에 우려도 많았지만, 두 사람은 전작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혜진과 성준으로 분했다.
황정음은 “박서준과 연기하면 오가는 재미가 있다”며 “종방연에서 박서준이 ‘누나, 연기 못하는 부분 채워줘서 고마워요’고 했는데 저 또한 마찬가지다. 저의 모자란 부분을 박서준이 잘 채워준 것 같아서 고맙다”고 말했다. 또한, 최시원에 대해서도 “최시원을 보면 ‘하이킥’ 했을 때 저를 보는 것 같다. 잘하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연기하는 모습을 구경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절친으로 호흡을 맞춘 고준희에 대해서는 “준희도 잘 따라 와줬다. 혜진이가 외적으로 채우지 못한 부분을 준희가 잘 채워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배우들의 연기 호흡 때문도 있겠지만, ‘그녀는 예뻤다’가 인기를 끈 이유는 황정음의 연기 변신이 가장 크다. 황정음은 “실제 혜진의 모습으로 변하고 나니 사람들이 ‘마이콜 같다’고 놀렸다. 그 정도로 망가져 버리니까 솔직히 우울했다. 그래서 예쁜 모습으로 나오고 싶어서 서둘렀는데 그 모습이 어색해 보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사실 황정음의 언급처럼 혜진이 예뻐지는 과정이 너무 빠르고 쉽게 전개돼 아쉬움을 남겼다. 황정음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제가 연기로서 채워야 했는데 대본을 보면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신경쓰지 못했다. 연기자의 몫도 있는 건데 제대로 못해 작가에게도 죄송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황정음에게 ‘그녀는 예뻤다’가 행운의 작품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번 작품으로 인해 황정음은 연기에 대한 재미도 다시 한 번 느꼈고, 계속 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하게 됐다.
이어 전작 ‘킬미힐미’에서 호흡을 맞춘 지성과 함께 MBC 연기대상 후보로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 “지성 오빠랑 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기분좋다. 연기 대상을 35살 안에 받는 게 꿈이다. 하지만 아직 3년이 더 남았기 때문에 올해는 기대 안한다”며 밝게 웃었다.
‘믿고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생긴 만큼 황정음의 행보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그는 “기대에 따른 부담감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더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은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원한다. 제자리에 있지 않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