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떠나는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와 떠오른 최혜정(24)’이 아닐까.
전인지는 15일 끝난 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조선일보ㆍ포스토 챔피언에서 고별 경기를 치렀다. 내년부터는 국내 무대가 아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한다.
전인지의 공백은 KLPGA 투어 흥행에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인지는 올 시즌 KLPGA 투어 20개 대회에 출전해 삼천리 투게더 오픈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 다승왕과 상금왕, 평균타수, 대상 포인트까지 석권하며 4관왕에 올랐다. 특히 전인지는 9억1376만833원을 벌어 지난해 김효주(20ㆍ롯데)의 12억897만8590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상금을 벌어들였다.
전인지는 또 올 시즌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시즌 LPGA 투어 시드를 획득, 짧은 고민 끝에 LPGA 투어 진출을 선언했다.
전인지는 대회 때마다 팬클럽 회원들을 몰고 다니며 실력에 걸맞은 인기를 입증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전인지도 전인지의 팬클럽도 국내 무대에선 볼 수 없게 됐다. 바로 그것이 KLPGA 투어 흥행을 우려하는 이유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전인지는 이번에도 밝은 표정으로 프레스룸을 찾았다. 다소 섭섭한 표정도 엿보였다. 전인지는 섭섭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섭섭하지 않다. 마지막이 아니니까. 내년엔 LPGA 투어에서 뛰지만 하반기에는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라고 말했다.
전인지는 또 “갤러리 한 분 한 분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아쉬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팬 분들과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래서 마지막 홀에서 버디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인지는 떠나지만 스물네 살 늦깎이 신인 최혜정(24)은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최혜정은 15일 끝난 시즌 최종전에서 시즌 3승의 상금순위 2위 박성현(22ㆍ넵스)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혜정의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종 3라운드 전반 9홀을 마친 후에도 최혜정의 이름은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지만 그의 우승을 확신하는 사람의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침착한 플레이로 타수를 줄여갔다. 결코 화려한 플레이어가 아니다. 하지만 정직한 플레이로 경기를 주도하며 박성현의 시즌 4승 꿈을 무너트렸다.
최혜정은 경기를 마친 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현실적이지가 않다”고 말해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 2009년 점프투어를 통해 프로 무대에 선 최혜정은 시드 순위전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며 정규 투어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무려 6년간 하부 투어에서 활동한 최혜정은 한때 골프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도 9월 YTNㆍ볼빅 여자오픈 컷 탈락까지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그녀의 반전 드라마는 10월부터였다.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5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얻는 최혜정은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7위, 서울경제ㆍ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26위, ADT캡스 챔피언십 4위에 들며 신들린 샷 감각을 유지했고,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최혜정의 상승세는 내년 시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열린 5개 대회에서 우승 1회 포함 톱10에 3차례 진입, 이번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또 2009년부터 산전수전을 겪으며 잡초처럼 살아남았다. 게다가 우승 맛까지 본 최혜정이다. 메인 스폰서 문제만 해결된다면 전인지의 공백이 그리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