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여기는 지금, 파리 바타클랑 극장 앞”

입력 2015-11-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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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뉴미디어부 모바일팀장

나는 지금 프랑스 파리 시내 레퓌블리크 광장에 서 있다. 처참한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15일 밤이다.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수만개의 초와 꽃다발에 둘러싸여 있다. 여기저기 프랑스 삼색기에다 아이들의 그림, 바닥에 써놓은 추모글, 인형까지 빽빽하게 들어찼다. 모여든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둡다. 손을 입에 갖다대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는 여성들도 보인다. 간간이 초에 불을 붙이거나 기도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져 있다. 고개를 들어 여신상의 얼굴을 봤다. 당당했던 모습이 좀 어두워 보인다.

18일 바타클랑 극장 인근.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 주변은 추모의 거리로 변했다. 세 사람이 겨우 나란히 걸을 정도의 넓지 않은 보도에 꽃과 양초, 그림과 플래카드가 늘어섰다. 100여 미터는 되어 보인다. 이곳의 가로수는 한창 낙엽을 떨구고 있다. 꽃과 양초 사이로 낙엽들이 무심하게 앉아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파리의 모습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한민국 서울, 내 집에서 본 파리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을 통해 본 거다. 지난 20일 뉴욕타임스가 가상현실 뉴스앱 ‘NYT VR’에 올린 ‘파리의 철야기도(Vigils in Paris)’다. 테러 발생 후인 15~18일의 레퓌블리크 광장과 바타클랑 극장, 테러가 발생한 레스토랑 모습을 담았다.

이 가상현실 뉴스는 ‘구글 카드보드’로 본다. 인터넷몰에 2000원대부터 몇 만원대까지 나와 있다. ‘골판지’와 볼록렌즈를 조립해 만든다. ‘종이 안경’에 스마트폰을 끼우고 앱을 실행시키면 가상현실이 펼쳐진다. 종이 안경이라고 몰입감이 그냥저냥일 거라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가상현실 속에서 나는 무심코 손을 뻗어 사람들을 만지려 했는가 하면 왼쪽, 오른쪽에 선 이들의 공포와 슬픔에 찬 표정을 읽었고, 흐린 하늘을 올려다봤으며 광장에 앉아 노래하는 이들을 내려다봤다. 파리 거리를 따라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안경을 벗고 보니 거실 끝에서 끝까지 나도 모르게 이동해 있었다.

최근 미디어 업계의 핫이슈 중 하나가 이 가상현실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올 3월 ‘오큘리스 VR’를 인수하며 “모바일이 현재의 플랫폼이라면, 차세대 플랫폼은 가상현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8년이면 전 세계 2500만명이 가상현실 기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있다.

기술 혁신을 갈망하는 뉴스 콘텐츠의 영역에서도 가상현실은 매력적인 분야다. 독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독자를 세상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이달 초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NYT VR’와 월스트리트저널의 ‘링컨센터 무대 뒤편의 발레리나’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극공감’의 스토리텔링. 가상현실이 뉴스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가상현실 뉴스를 경험하며 생각난 건 2~3년 전 언론사들이 유행처럼 시도했던 ‘인터랙티브 뉴스’다. 독자가 스크롤하거나 클릭할 때마다 반응하는 형식은 참신함과 뉴스를 보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뉴욕타임스 ‘스노폴’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한 획’을 그은 인터랙티브 뉴스다. 그러나 현재 인터랙티브 뉴스는 유통 플랫폼이나 수익모델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모양은 나지만 품만 많이 들고 실익 없는’ 콘텐츠로 변했다. 일부 포털이 뉴스 게이트를 잠식한 상황에서 그럴듯한 가상현실 뉴스가 나온다고 해도 독자들이 찾아줄지 회의감이 먼저 든다. 가상현실 경험의 단점으로 거론되는 ‘사이버 멀미’도 막상 겪어보니 만만한 게 아니었다. 15분 정도 경험했을 뿐인데 1시간 넘게 가벼운 두통과 메스꺼움이 뒤따랐다.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지 않을 만큼 불쾌한 경험이었다.

과연 가상현실이 저널리즘의 미래가 될까? 시간이 답해 줄 것이다. 그것도 머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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