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러 공포, 한국도 예외 아니다

입력 2015-11-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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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팀 기자

지난주 퇴근길이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낯선’ 차림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색 차도르를 쓴 아랍계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보다 두 배가량 큰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갑자기 혼잣말을 하더니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가방 지퍼를 여는 것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동시에 옆 칸으로 옮겨타는 사람도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무엇에 겁이 났던 것일까. 그녀는 단지 자신의 가방에서 소지품을 꺼내려는 것뿐이었데 말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로 1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테러의 배후세력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 있는 일부 무슬림과 난민 사이에도 극단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막연한 불안감이 일부 사실과 결부될 때 극도의 공포감으로 변한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파리 테러가 일어난 며칠 후부터 국내에서도 IS와 관련된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IS를 추종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가 검거됐다는 뉴스에 이어 시리아 난민 200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왔다는 보도가 나오자 SNS는 그야말로 ‘이슬람 경계론’으로 들끓었다. 여기다 국내 IS 지지자 10명이 IS에 가입하려 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까지 이어지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극도에 달했다.

일각의 주장처럼 지구촌 시대에 테러의 안전지대는 없을지도 모른다. 온라인을 통해 IS의 온갖 만행을 접하다 보면 어느새 이슬람 문화나 무슬림에 반감을 품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불안감과 공포는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테러리즘은 불안감을 먹고 자란단다. 이전 테러집단과 달리 점조직 형태인 IS가 전 세계 곳곳에서 게릴라식 테러를 벌이며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공포에서 벗어나 테러리즘 자체에 대한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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