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를 포함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꾸려가면서도 최 회장은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 등 중요 현안에 좀 더 신경 쓰는 한편, 그에 따른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4일 SK그룹 안팎에 따르면 최 회장은 16일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 복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 이후 모든 사안에 정면돌파를 해 온 최 회장이 계열사의 경영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등기이사로 등재된다는 것.
최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회사는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3개사다. 등기이사 선임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내년 2~3월에 계열사별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회삿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받은 뒤 같은 해 3월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C&C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었다. 그는 지난 8월 사면복권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으나 현재 계열사 등기이사직은 맡고 있지는 않다.
이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사면·복권된 이후 지주사인 SK㈜의 최대주주(지분율 23.4%)로서 회사 경영에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에 올라 그룹 경영에 확실한 무게감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아울러 최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다면 SK㈜와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SK하이닉스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주요 그룹 오너들이 책임을 피하고자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것과 달리 최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그만큼 주력 및 신수종 사업에 대해 공격적이면서도 주도적으로 경영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사업 지주사인 SK㈜는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반도체 등 그룹 차원의 핵심사업을 육성할 계획으로 지난 8월 SK C&C와의 합병해 출범했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 사면·복귀 후 직접 46조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그룹 사업의 한 축을 맡는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의 배당과 풍부한 현금 재원 등을 바탕으로 저유가 시대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인수ㆍ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SK그룹 정기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들과 주요 계열사 CEO들 대부분 유임될 예정이다. 특히 임기가 1년 남았으나 교체설이 돌던 김창근 협의회 의장도 남은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부재 중 협의회를 중심으로 최 회장의 공백을 메운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