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증권 결합시 자기자본 8조원…‘한국형 글로벌 IB’ 기대감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가 유력해진 가운데 두 회사의 결합이 국내 증권업계에 가져올 판도 변화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에 유례가 없던 규모의 ‘공룡 증권사’ 탄생이 가시화되는 시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각각 강점을 가진 분야가 다른 만큼 두 회사가 만나서 얻을 수 있는 큰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노무라 증권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면서 대우증권과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 자기자본 7조9000억원…대우증권 IBㆍ리테일과 시너지 예상= 미래에셋은 지난 21일 KDB산업은행이 실시한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패키지 매각 본입찰에서 인수 후보 중 최고가인 2조4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후보인 KB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의 입찰가는 2조원대 초반으로 미래에셋이 제시한 금액과 다소 격차가 있었다. 실제 대우증권의 새 주인은 오는 24일 판가름나지만 현재로서는 미래에셋이 단연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현재 자기자본순위 4위인 미래에셋과 2위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며 증권업계 순위표를 뒤집는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증권’ 통합법인 출범 시 자기자본은 7조8587억원으로 2위 NH투자증권, 3위 삼성생명과 압도적으로 격차를 벌리게 된다. 현재까지는 NH투자증권(4조6044억원), 대우증권(4조3967억원), 삼성증권(3조6285억원), 미래에셋증권(3조4620억원), 한국투자증권(3조3739억원) 등으로 1~5위간 격차가 크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를 ‘궁합이 잘 맞는 결합’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채권운용·투자금융 등 IB 분야에서 국내 1위 증권사인 동시에 국내 최대 규모인 102개 점포를 기반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고객 컨설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연금과 자산관리(WM)에 특화된 증권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양쪽이 겹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통합에 따른 상승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대표 글로벌 IB 청사진…넘어야 할 산 남아= 미래에셋증권의 청사진은 명확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금융사로서 굵직한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산업은행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서도 “대우증권을 인수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활약할 대형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성장동력이 멈춰버린 국내 증권업계에 자본력으로 ‘맏형’이 생기면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부른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들어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인수가로 써낸 약 2조4000억원대는 이들 회사의 순자산가치(장부가) 1조8400억원 대비 130%를 웃돈다. 지난해 농협금융지주에 팔린 우리투자증권(현재 NH투자증권) 매각가(장부가의 0.8배)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경쟁자였던 KB금융지주 측도 미래에셋이 써낸 금액이 다소 비싸다는 시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인수금융까지 동원하면서 자금을 마련해 인수한 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를 인수한 기업들이 승자의 저주에 걸렸던 것을 고려하면 당장 미래에셋증권도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KB금융지주에 인수되기를 희망했던 대우증권 노동조합의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하고 있는 대우증권 노조 측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총파업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합병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서로 다른 조직문화도 문제로 거론된다. KDB대우증권은 기수문화 중심인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경력직이 다수를 이루는 성과주의 문화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은 증권사 가운데서도 회사의 조직문화 특색이 가장 두드러진 편에 속한다”며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어떻게 이뤄내는지가 당면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