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공자의 탄식을 천상지탄(川上之嘆)이라고 한다. 川上은 냇물 위가 아니라 냇가다. 문제는 어떤 곳을 향해 간다는 逝라는 글자다. 맹자는 “샘이 깊은 물은 퐁퐁 솟아올라 밤낮을 쉬지 않고 흘러간다. 구덩이를 채우고 난 뒤에야 흘러가 바다에 이른다”[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고 영과(盈科)의 뜻으로 풀이했다.(4월 4일자 ‘獵等越級’ 참조)
그러나 세월의 흐름이나 도가 무너진 시대에 대한 탄식이라고 본 사람들도 있다. 한탄 차원을 넘어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경우는 “냇물이 쉬지 않고 흐르듯 그렇게 노력하라”는 천류불식(川流不息)과 같은 뜻이라 하겠다. 세월에 대한 탄식이라는 해석이 더 와 닿는다.
한 해가 가는 시점에 이덕무의 세시잡영(歲時雜詠) 중 한 작품을 생각한다. “한평생 마음이 거칠고 게을러/섣달그믐만 되면 슬퍼지네/섣달그믐의 마음 늘 간직하면/새해에는 좋은 사람 될 수 있건만.”[一生心疏懶 每於除夕悲 長懷除夕心 新年好人爲] 맨 뒤의 두 행을 “섣달그믐의 마음 늘 간직하고/새해에는 사람 노릇 잘해야지”라고 해석한 사람도 있다. 이덕무는 섣달그믐에 썼지만 세밑의 정서는 양력과 음력이 다르지 않다.
12월 30일은 1917년에 윤동주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되는 ‘서시’를 생각하며 불괴어천(不愧於天)이라는 말도 다시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