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예비자원과 신인은 어떻게 발굴되나?
오늘의 톱스타 수지가 연예인 입문 경위다. 만약 JYP 관계자가 지나가는 수지를 발탁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수지는 없었을 것이다. 스타 시스템과 스타 메이킹 과정에서 연예인 자원을 발굴하고 발탁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연예인 지망생 100만 명 시대.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이 된 지 오래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200만 명의 참가자가 몰리고 매년 방송연예 관련 학과 학생들이 1만여 명이 쏟아져 나오는 대한민국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 중에서 대부분은 연예인 꿈만 꾸다가 끝이 난다. 연예인 지망생 중 연예계에 발을 디딘 사람도 극소수다. 더욱이 스타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스타의 전당 할리우드에서도 12년 동안 2만 명의 단역배우 중에서 12명만이 대중이 알아보는 스타가 됐다.
좋은 보석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원석을 잘 골라야 하듯 연예인 예비자원을 잘 발굴해야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효리 유진 김동완 등을 발굴해 스타로 만든 탤런트 스카우터 김수현씨는 “신인발굴이 스타화의 성공 여부를 90%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원석이 완벽하지 않으면 다듬어도 보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예인 지망생이 급증하고 스타 시스템과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연예인 자원 혹은 신인 발굴 방법도 다양해졌다.
고도의 전문화된 신인 캐스팅 기법이 발전해도 스타 자원을 발굴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의 하나가 기획사의 매니저나 탤런트 스카우터(신인발굴 담당자), PD, 영화감독, CF감독 등이 길거리에 지나다가 연예인 예비자원을 찾는 길거리 캐스팅이다.
매니저나 탤런트 스카우터들이 중고교 등 학교 앞이나 서울 홍대, 부산 광복동, 광주 충장로 등 각 지역의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길거리 캐스팅을 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해 월드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배두나는 서울 압구정동 길거리를 지나다가 발탁돼 연예인의 길에 들어섰고, 유진은 괌에서 H.O.T 사인을 받다가 탤런트 스카우터 눈에 들어 S.E.S로 데뷔해 스타가 됐다.
스타제이의 정영범 대표는 패션쇼장에서 만난 원빈과 노래방에서 본 수애를 발굴해 오늘의 톱스타로 키웠다. 정영범 대표는 “사람들을 만나면 느낌이 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원빈과 수애의 분위기가 남달랐지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콜라를 마시다 기획사 대표에 발탁된 임은경을 비롯해 성유리 이진 서인영 등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발굴돼 스타가 된 연예인들이다.
인맥을 통한 신인 발굴도 여전히 유효한 전통적인 연예인 발탁 방법이다. 연예기획사 대표와 매니저, 영화감독, PD, 방송 연예계 종사자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연예인 지망생이나 외모가 출중한 사람을 소개받는다. 이러한 인맥을 활용한 신인 발굴은 대중문화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싸이더스의 정훈탁 대표는 정우성을 선배로부터, 김지호를 잡지사 기자로부터 소개받아 스타로 키워냈다. 김재원은 기획사 관계자에게 의사가 소개해줘 연예인으로 데뷔해 스타가 된 경우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연예인 발굴 작업도 활발하게 전개된다. 잡지와 광고에 나오는 사람, 캐스팅 사이트나 유튜브 등 인터넷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개되거나 화제가 된 인물 등을 기획사 관계자들이 발탁해 스타가 된 연예인도 적지 않다. 싸이더스 정훈탁 대표는 하이틴 잡지 ‘에꼴’ 표지 모델로 나선 전지현을 보고 발탁해 톱스타로 키웠고 전 에이스타스 부사장 김희정씨는 잡지에 증명사진이 실린 김현주 김효진을 발견해 신인으로 발탁해 스타로 부상시켰다. 한류스타로 명성이 높은 이영애 역시‘에꼴’표지모델로 나섰다가 연예 기획사 대표에 의해 발굴된 경우다. 채림은 덴티껌 CF, 김하늘은 청바지 CF 모델로 나선 것이 계기가 돼 연예 기획사에 발탁됐고 성시경은 인터넷 가요제에서 시선을 끌어 기획사에 소속된 경우다. 인터넷 얼짱 사이트에 소개된 뒤 기획사에 발굴돼 연예인으로 데뷔한 경우는 구혜선 남상미 등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가수들처럼 자신의 노래를 담은 데모테이프를 연예기획사에 직접 가져가 자신의 잠재력과 스타성을 내보이며 발탁되는 경우도 있다. 신승훈과 유승준이 이러한 방법을 통해 가수로 데뷔해 스타가 됐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스타를 배출시킨 연예인 발굴 창구는 바로 방송사의 탤런트와 개그맨 공채다. 1961년 KBS, 1964년 TBC, 1969년 MBC 방송사가 설립되면서 각 방송사는 정기적으로 탤런트, 개그맨들을 뽑아 스타로 육성했다.
한국 대중문화계를 움직이는 스타, 고두심 박정숙 등 중견 스타부터 차인표 이병헌 장동건 송윤아 김명민 김정은 차태현 최지우 등 톱스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30년 넘게 예능계에서 맹활약하는 이경규부터 현재 최고 예능 스타 유재석까지 수많은 연기자 스타와 예능 스타가 바로 방송사 공채 시스템에 의해 발탁됐다.
심은하와 함께 1993년 MBC 탤런트 22기로 연기자에 길에 들어선 차인표는“제가 연예인으로 나설 때는 방송사 탤런트 공채가 연예인이 되는 가장 빠른 첩경이자 유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쟁률이 3,000~6,000대 1로 매우 치열했지요”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이 탤런트나 개그맨 공채를 하지 않으면서 가장 강력하게 신인들을 발굴하는 창구로 등장한 것이 바로 연예기획사들이 실시하는 오디션과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SM, JYP, YG 등 연예기획사들이 일본과 미국의 체계적인 오디션 제도를 받아들여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외 오디션을 실시해 연예인 자원을 발굴하고 있다. 아이돌그룹의 선구자 역할을 한 H.O.T의 강타, 문희준, 토니안 등이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경우다. 요즘 대부분 신인 발굴은 바로 연예 기획사의 오디션을 통해 이뤄진다.
JYP의 박진영은 “연예인 연습생을 뽑는 오디션에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몰린다. 오디션을 통해 자질과 끼가 있는 연예인 자원을 지속해서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스타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엠넷의 ‘슈퍼스타K’‘보이스 오브 코리아’,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KBS ‘톱밴드’ 등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고 있다. 서인국 허각 존박 로이킴 정준영 장재인 버스커버스커 울라라세션 등은 ‘슈퍼스타K’출신 스타이고, 박지민 이하이 악동 뮤지션 등은 ‘K팝스타’가 발굴한 스타다. 또한, 배수정, 백청강 등은 ‘위대한 탄생’의 입상으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손승연 등은 ‘보이스 오브 코리아’를 통해 배출된 가수다. 장미여관은 ‘톱밴드’출연으로 인해 인기를 얻은 그룹이다.
미스코리아, 슈퍼모델선발대회, 미스 춘향 등 각종 미인대회도 신인발굴의 보고(寶庫)로 기능한다. 미인대회는 연예인으로서 가장 큰 경쟁력중 하나인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예인이 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중간 경유지로 미인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승연 고현정 염정아 김남주 김혜리 김성령 김사랑 손태영 오현경 성현아 이하늬 박시연 김연주 궁선영 이보영 등 미스코리아 출신 스타들이다.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대회 입상이 연예인이 된 결정적 계기였다. 미스코리아에 참가한 뒤 연예 기획사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소라 송선미 한예슬 한지혜 김빈우 공현주 등은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 스타이고 박지영 오정해 윤손하 이다해 장신영 김연아 강예솔 등은 미스 춘향 출신 스타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예계에 입문한 신인과 연예인 지망생들이 대중문화의 튼실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며 양질의 콘텐츠 양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한류의 주역 역할을 하고 있다.(이 글은 '예향'2016년1월호에 게재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