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깜깜이 대출’ 수술대 오르나

입력 2016-01-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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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사태·KT ENS 사기대출 등 제도 허점 드러나

금감원, 여신심사 등 은행 신용평가 시스템 재점검 지적

금융당국에서는 은행들의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2015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한계기업 재분류 작업을 실시했다. 해마다 7월 중 진행하는 상시 평가에 이어 반년도 채 지나지 않고 다시 진행한 것이다.

채권은행들은 약 두 달간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368곳을 대상으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구조조정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은 한국거래소 상장사 3곳을 포함해 총 1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C등급(워크아웃)은 11개사며, D등급(법정관리)을 받은 기업은 8개사다

지난해 상반기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35개사를 합치면 올해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업체는 54개로 2010년 이후 가장 많다. 특히 금융권 신용 공여액은 19조6000억원으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신용평가 관리나 여신심사가 규모나 손실예상액과 같은 이해관계의 차이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시스템과 프로세스 관리를 엄격하게 운영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신용평가시스템의 헛점이 노출된 경우는 모뉴엘 사태와 KT ENS 사기대출 사건이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실제 투자 부적격인 모뉴엘에 수백억원의 신용대출을 해줬다. 여심심사 부실과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종합적인 신용평가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KEB하나은행 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기업 신용평가 방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들의 신용평가 시스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바젤II 협약에서 은행들이 개별 신용평가시스템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모범 모형을 제시한 바젤I에서 고도화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치금융의 영향으로 은행들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작업보다 정부 주도의 채권단 운영에 휩쓸려 기업 평가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의 기업 신용평가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개선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으면서도 자사 신용평가시스템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일관한다”며 “경직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앞서 2006년 합병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경우 당시 바젤I 기준에 따라 통합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핀테크 기업 비모가 가진 심리 측정 기반 신용평가시스템(PSS)을 활용해 향후 중금리 대출 고객에게 적용할 신용평가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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