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줄고 소극적 여가 느는 ‘시간절벽’ 대비하고 소극적 여가를 적극적 여가로 변화시켜야… 협업 관점으로 가사노동 분배를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자. 은퇴 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가용시간은 11만 시간이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50년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다.
가용시간은 은퇴 후 총시간에서 수면ㆍ식사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시간과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와병시간을 뺀 것으로 정의한다.
은퇴자들은 먼저 여가와 일에 ‘6대 4’의 비중으로 시간을 배분한다. 여가의 경우 남녀 모두 소극적 여가 비중이 높으며, 남성은 경제활동, 여성은 가사노동에 집중되어 있다.
둘째 TV 시청에 약 3만3000시간을 할애한다. 가용시간의 3분의 1 또는 3.8년을 TV 시청으로 보낸다.
셋째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더 일한다. 여성이 일하는 총 시간은 남성보다 37% 많은데, 기대여명의 차이(남 22년, 여 27년)를 감안해 연간 일하는 시간을 계산해 봐도 여성이 12% 더 일한다.
넷째 은퇴 후반기(75세 이상)에는 일이 TV 시청으로 대체된다. 일하는 시간의 비중은 은퇴 전반기 43%에서 은퇴 후반기 29%로 급감하는데, 그 대부분의 시간이 TV를 보는 데 투입되고 있다.
다섯째 남성은 은퇴 후반기 시간 절벽에 직면한다. 남성은 은퇴 후반기에 일하는 시간이 2만1331시간에서 4683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간 절벽에 부닥치게 된다. 반면에 여성은 가사노동이 큰 비중을 차지해 비교적 안정된 가용시간 활용 모습을 보여준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은퇴 후 11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시간배분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 후 남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내는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남성은 은퇴 후반기 일하는 시간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소극적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시간절벽에 잘 대비해야 한다.
더불어 소극적 여가를 일과 적극적 여가로 시프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후 가용시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극적 여가시간을 낮추고 일과 적극적 여가시간을 늘려야 한다. 일과 적극적 여가시간을 늘리면 소득증가, 건강관리, 관계 강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협업의 관점에서 가사노동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후의 남녀 간 가용시간 배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가사노동은 성 역할에 기반한 분업시대에서 남녀 간 협업을 해야 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은퇴자는 은퇴를 기점으로 인간관계의 중심이 직장에서 가정·이웃으로 옮겨지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는 변화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노후의 ‘4대 관계망’을 얼마나 잘 맺고 가꾸는지에 따라 노후의 행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