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탈리스만'으로 발표한 플래그십 세단의 한국형 모델 'SM6'를 공개했다. 르노 라인업 가운데 가장 윗급 모델인 플래그십이지만 한국에서는 SM5와 SM7의 중간에 자리잡게 된다. 그 탓에 SM7을 능가하는 첨단장비와 고급 옵션을 지녔지만 한국형을 생산하면서 이들 옵션을 모조리 덜어냈다.
13일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충남 태안 한서대학교 비행교육원에서 SM6를 공개하며 “SM6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혁명을 일으키게 할 무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를 따라가지 못해 중형차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며 “SM6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SM6의 베이스모델은 지난해 선보인 르노 탈리스만이다. 르노는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신형 탈리스만의 데뷔식을 치렀다. 앞서 프랑스 현지 발표회가 있었지만 공식데뷔는 프랑크푸르트로 기록된다.
개발은 르노와 함께 한국의 르노삼성, 일본의 닛산도 참여했다. 르노닛산그룹 가운데 고급차 영역인 D-세그먼트 생산에 있어서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르노삼성과 닛산이 투입된 셈이다.
밑그림은 르노닛산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CMF(Common Module Family)플랫폼을 썼다. 다양한 크기의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랙시블 플랫폼이다. 기본은 동일하되 차 크기에 따라 CMF A와 B, C로 구성했다. D-세그먼트인 SM6는 CMF D를 이용했다.
반면 국내시장에서 라인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르노삼성에게 탈리스만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다. 르노그룹에서 SM7 후속으로 등장했지만 한국에서는 SM6가 된다. 실제로 르노삼성은 그동안 SM7에게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을 붙여 중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월 판매를 손가락에 꼽을만큼 저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국내에는 구형 탈리스만과 신형 탈리스만이 모두 판매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르노그룹의 첨단 기술을 가득 담고 있었지만 한국시장에 출시하면서 첨단은 모두 걷어냈다는 점이 르노삼성 마니아들의 아쉬움을 샀다.
탈리스만은 D-세그먼트에서 유일하게 4WS(4 wheel steering) 기능을 갖췄다. 앞바퀴 뿐 아니라 뒷바퀴까지 미세하게 좌우로 움직이면서 최적의 핸들링과 코너링을 뽑아낼 수 있다. 1980년대 일본 스포츠카에 주로 쓰였던 기술로 르노의 4WS 기능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가운데 닛산에서 들여온 이 장비다. 그러나 이 알짜배기 옵션은 아쉽게도 한국형 SM6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4WS는 네 바퀴 모두 조향되는 첨단장비로 고성능 스포츠카와 일부 고급 세단 등에 주로 쓰인다”며 “국내에는 관련법규를 비롯해 원가상승, 내구성 등을 이유로 도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탈리스만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부적”을 뜻하는 단어다. 유럽현지에서는 세단 이외에 왜건 타입의 탈리스만 에스테이트도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