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왕’ 자리에도 세대교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월가의 시선은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56) 더블라인캐피털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쏠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군드라흐 CEO가 ‘원조 채권왕’ 빌 그로스(71)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투자 성적을 추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스가 투자전문 주간지 배런스가 주최하는 정기 토론회 ‘라운드테이블’에 불참을 선언, 이 빈자리를 군드라흐가 채우면서 채권왕 세대교체설이 수면 위로 두드러졌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CNBC가 보도했다. 사실상 이를 놓고 월가에서는 채권왕 신구교체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전날 배런스는 그로스가 라운드테이블 불참을 통보했다며, 그의 자리를 그로스와 투자성향이 반대인 군드라흐가 채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토론회는 매년 초중반 연간 두 차례 월가 투자전략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 나온 투자전략가들의 시장 전망과 투자 아이디어 등 주요 발언은 배런스에 실린다.
로런 러블린 배런스 편집국 부국장은 “그로스와 군드라흐 양측 모두 초청했으나 그로스가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로스가 무슨 사유로 그만둔 것인지, 그로스가 군드라흐가 초청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사 핌코의 창업자인 그로스는 내부갈등으로 회사를 떠나 야누스캐피털로 자리를 옮겼지만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가 지난 2014년 10월부터 운용을 맡은 야누스의 채권펀드는 지난해 마이너스(-)0.72%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군드라흐는 오래전부터 그로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채권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유가 급락세와 정크본드의 몰락, 중국발 악재 등을 정확히 예측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 2014년 대다수가 미국 국채 금리 인상을 점칠 때 홀로 채권금리 하락을 정확히 예측해 월가의 주목을 받았다. 델파이매니지먼트의 스콧 블랙 회장은 군드라흐에 대해 “매우 인상적인 인물”이라면서 “아는 것이 많고 매우 똑똑하고 준비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그로스는 2014년 핌코 퇴사 직전 군드라흐에게 접근해 협력관계를 제안했지만 군드라흐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