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1: “저 여자는 성형외과를 남자친구랑 왔나봐.”
친구2: “요즘 눈, 코 성형은 시술이야. 얼굴윤곽 정도 돼야 수술 축에 끼지.”
나: “아침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지난주 동네 친구들과 압구정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말 결혼하는 친구가 이번 설 연휴에 ‘쌍수(쌍꺼풀 수술)’를 받겠다며 상담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오랜만에 ‘삼총사’ 데이트도 할 겸 따라나섰습니다.
저희가 간 병원은 건물 한 동이 모두 성형외과였습니다. 토요일 오전 10시인데도 로비엔 사람들로 가득했죠. 유명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나온 스타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이었거든요.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인테리어는 병원보다 카페에 가까웠습니다. ‘한국 성형산업의 현주소’를 체감하기 충분했죠.
도착하고 30분이 흘러서야 저희 이름이 호명됐습니다. 1시간가량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설 연휴에는 이미 예약이 꽉 찼다고 하더군요. 이틀만 연차 내면 장장 9일을 쉴 수 있는 ‘대목’이니까요. 결국, 친구는 3·1절 연휴로 수술 일정을 잡았고, 함께 간 또다른 녀석은 그사이 보톡스를 맞았습니다.
‘쌍수’는 시술이고, 보톡스는 스킨케어가 된 시대에 사실 제 친구들 이야기가 새로운 건 아닙니다. 노인질환과 피부미용, 피트니스를 합친 국내 항노화(Anti-Aging)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이미 1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죠. 2020년이면 2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성형입니다. 인구대비 성형수술 비율이 가장 많은 나라답게 시장 규모가 5조원에 이릅니다. 글로벌 시장의 4분의 1수준이죠.
그 다음은 필러와 보톡스(약 2000억원)가 바짝 따라붙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100만원을 넘나드는 시술 비용에 일명 ‘귀족 주사’로 인식됐지만, 최근엔 3만원대까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죠.
개인용 미용기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피부과에서 수십만원을 내야 받을 수 있는 셀룰라이트 분해, IPL(레이저를 통해 피부결점을 치료하는 시술) 등도 요즘엔 집에서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아 아직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글로벌 개인용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1900억원)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2018년에는 16억 달러(약 1조9100억원)로 연평균 13%씩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무슨 안티에이징이야?”
이런 생각 하셨나요? 아직도 ‘항노화=어른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십니까?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항노화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를 해봤는데요. 피부과, 화장품, 성형 등 ‘얼리 안티에이징’에 쓰는 돈은 20대 후반부터 많아지기 시작해 30대 후반(35~39세)에 정점을 찍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40대부터 줄어들죠.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지고, 시장이 커진다는 건 돈 벌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나금융투자는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인 케어젠과 파마리서치 프로덕트, 휴메딕스, 하이로닉 등 4개사의 올해 매출액이 50% 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NH금융투자는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 바이오랜드를 투자 유망종목으로 꼽았고요.
기사를 보면서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항노화’ 키워드는 관심을 넘어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선 그 속도가 더 빠르죠. 아직도 ‘된장녀’, ‘성괴(성형괴물)’라고 욕하고 계십니까? 젊음은 물론 돈 벌 기회까지 흘려보내고 계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