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 - 어느 내부자의 폭로’에서 흘러나오는 인터뷰를 들으면서 기억의 시계는 2009년 3월 7일로 돌아간다. 바로 그날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며 신인 연기자 장자연이 술 접대와 성 상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장자연, 그녀의 이름을 헛되지 않기 위해 시민단체에서부터 연예인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기자는 장자연 죽음 이후 국가위원회에서 준비한 ‘연예인 인권’관련된 활동에 자문위원을 맡아 자문을 했다.
장자연 사건 직후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 연기자 111명과 연예인 지망생 240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 등을 심층 면접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이나 성폭행과 같은 성적 피해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연기자의 45.3%가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60.2%는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성 접대 제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조사대상 여자 연예인의 31.5%는 가슴과 엉덩이, 다리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 등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21.5%는 성관계를 요구받거나, 6.5%는 성폭행 등 명백한 범죄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장자연의 자살 사건이 발생한지 7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연예인의 성매매를 매개로 한 스폰서 문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 13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핵폭탄 급이라고 연예인 스폰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예인 스폰서 문제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기에 스폰서를 하는 사람이나 돈을 받고 성을 파는 연예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한다. 또한,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연예산업 전반에 대한 법과 제도 등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 연예인 과잉 공급의 문제에 대한 개선, 연예인과 지망생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실시, 일부 연예인과 연예계 종사자, 연예인 수요자의 잘못된 인식 전환 등이 뒤따라야 만이 연예인 스폰서 문제는 개선될 수 있다. 언론 역시 일회성 눈길 끌기용 충격보도가 아닌 실체와 사실을 파헤치는 끈질긴 탐사보도나 지속적인 보도로 스폰서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지난 14일 배컴에 게재된 칼럼 ‘배국남의 눈-연예인 성매매 스폰서 문제, 핵폭탄 이라고! 결과는?)
연예인 스폰서 문제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틀이 지난 15일 눈길 끄는 글이 SNS에 올라왔다.
배우 김옥빈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스폰서편 말이죠. 뒤늦게 봤습니다”로 시작된 김옥빈의 글은 “시작하는 친구들의 암담한 현실을 이용해 돈으로 그들의 꿈을 짓밟고 노리개처럼 가지고 노는 그들에 분노가 끓고 미성년에게 까지 손을 뻗치고는 철이 없다 아직 세상을 모른다 종용하는 모습에 화딱지가나 잠을 설치게 하더군요. 어른인 그대가 말하는 세상이 대체 무엇인지”라는 글로 이어진다. 청소년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 야만의 세상과 어른들의 탐욕을 질타하는 듯 했다.
김옥빈의 글의 마지막 부분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구보다 바라는 사람은 아마도 같은 업계종사자 이겠죠 . 그들의 아름다운 꿈이 농락당하지도, 아프지도, 더 이상 불신의 눈초리를 받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주머니 사정넉넉한 그들이 외로운사욕을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건전하게 해소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너무 이상적인가요?” 김옥빈과 함께 저도 이상이지만 간절히 바랍니다. 배우 지망생부터 가수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꿈을 짓밟는 연예인 스폰서 문제가 근절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