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로맹 롤랑(1866~1944)은 1903년 ‘베토벤의 생애’에 이어 1905년 ‘미켈란젤로의 생애’, 1911년 ‘톨스토이의 생애’를 썼다. 왜 이 세 사람일까. 그는 베토벤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사상이나 힘으로 승리한 사람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내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직 마음으로써 위대했던 사람들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그런 영웅의 맨 앞에 ‘장하고 깨끗한’ 베토벤을 내세웠고, 이어 미켈란젤로를 이야기했다. 마음으로 위대한 게 뭘까. 잘 모르겠지만, 그는 이런 글 덕분에 191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진다.
로맹 롤랑은 ‘미켈란젤로의 생애’에서 “천재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고 했다. 천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말리더라도 자신의 천분에 맞는 일을 하며 내적 욕구에 충실한 창조활동을 해낸다. 우리는 그 천재들의 ‘제어할 수 없는 창조 욕구’ 덕분에 예술과 삶에 대해 더 알게 된다.
1475년 3월 6일에 태어나 1564년 2월 18일 타계한 르네상스 조각가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는 10대 시절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이런 것도 천재의 징표다!) 조각을 배우기 시작했다. 큰 명성을 얻게 한 ‘피에타’에 이어 1501년 26세 때 제작한 ‘다비드’ 상은 “이를 본 사람은 다른 그 어떤 조각품도 보고 싶지 않을 것”(최초의 미술사가 조르조 바사리가 1550년에 내린 평가)이라는 찬사를 받은 역작이었다.
그 뒤 미켈란젤로는 로마 바티칸궁전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등 회화와 건축에서 명작을 남겼다. 모두가 빛나는 문화유산이다. 어느 산이었나, 배를 타고 가면서 바라본 그 산 전체를 깎고 다듬어 조각하고 싶어 했던 미켈란젤로의 크고 천재적인 꿈을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