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51번째 연례 주주서한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연례 주주서한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그가 버크셔를 인수한 이후 1965년부터 해마다 주주들에게 보내온 이 편지가 올해로 벌써 51통째를 맞았다.
그의 편지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많이 논의되는 문서 중 하나로 매년 이 편지가 공개되면 저명 애널리스트든 개미 투자자든 가릴 것 없이 행간에 숨은 현인의 투자 비법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올해도 그의 편지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버크셔의 사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향후 비전, 미국 경제에 대한 통찰력과 날카로운 비판을 심도 있게 담았다. 특히 편지에서 눈길을 끈 건 올해로 85세를 맞은 노장 버핏이 사업 파트너인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털과의 관계를 유난히 두둔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는 31쪽에 이르는 주주서한 중 상당 부분을 버크셔와 상부상조하고 있는 3G와의 관계를 해명하는 데 할애했다. 왜일까.
버크셔와 3G는 2013년 미국 하인즈를 공동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하인즈와 크래프트푸즈와의 합병도 함께 진행했다. 또한 두 회사는 버거킹의 모회사인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RBI)도 공동 소유하고 있다.
버크셔의 주주들은 그동안 인수·합병(M&A)한 기업에 대해 거의 간섭이나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버핏과 달리, 3G캐피털이 가차없는 비용 및 인력 감축, 경영진 교체로 피인수 기업으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품어왔다. 버핏이 대체 왜 ‘그런 부류’와 어울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식이다.
이에 대해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3G와 대기업을 인수하고 보유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정은 다르다”며 3G와의 관계를 정당화했다.
버핏이 이처럼 3G와의 관계를 두둔하는 건 자신이 연로해진 탓도 있고, 버크셔의 몸집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커졌기 때문이다. 버핏은 지난해 연례 주주서한에서 처음으로 버크셔의 실적 지표로는 장부가액보다 장기주가가 더 적합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버핏은 오랫동안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장부가액을 버크셔의 실적을 측정하는 지표로 삼아왔다. 버크셔의 장부가액은 1년간 주당 6.4% 증가해 뉴욕증시의 S&P500지수의 퍼포먼스를 웃돌았다. 버핏은 5년 이동 기준 퍼포먼스로 S&P500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버크셔의 몸집이 커질수록 힘들어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3G와의 관계가 중요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버크셔의 몸집이 거대해지면서 기존의 경영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대한 기업은 인수하지 않고, 경영진의 비용 절감 의식이 높은 기업에만 주목해왔다. 지난해 320억 달러에 인수한 금속부품업체인 프레시전 캐스트 파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버크셔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만큼 크고, 이미 경영이 안정된 기업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버핏은 비용 절감을 목표로 내거는 기업을 인수하는 유형의 경영자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버핏에게 3G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 같이 어렵고 난감한 숙제를 대신해줄 해결사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버핏은 “3G의 방식은 비용 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지난 240년간 미국 경제 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3G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효율성을 추구하지, 관료주의는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버핏은 3G와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되는 한 M&A를 계속할 의향도 나타냈다.
다만 버핏은 “이노베이션과 새로운 능력에 따라 상황이 역전되면 자본가든 노동자든 큰 희생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고 생산성 향상의 부정적인 측면도 언급했다.
행동주의 주주와 적대적 인수 제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적대적 인수 제안이 정당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이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도 있고, 아주 무능한 경영자도 있다”면서 “문제가 보이지 않거나 필요한 변화에 소극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바로 그럴 때 적대적 인수 제안이 정당화된다”고 했다. 그러나 버핏은 “우리는 이런 기회는 다른 이에게 넘기고 싶다. 버크셔는 환영받는 곳에만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