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시대 최후의 인사인 김종필(90) 전 국무총리가 그간 정치여정을 담아 출간한 ‘김종필 증언록’ 출판 기념회가 10일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저자말씀을 통해 “이 책은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증언의 기록지”라며 “5.16 혁명 이후 반세기 동안 헌정에 참여해 온 사람으로서 그 시대 그 현장 그대로를 증언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현대사 증언 ‘소이부답’은 나름대로 몇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잘못 알려졌거나 왜곡된 일부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반세기 전 혁명으로 세상을 뒤엎었던 역사적 빛을 갚았다는 홀가분한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번영과 민주주의는 그 ‘혁명의 성공’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김 전 총리는 “역사의 발전에는 도전과 응전이 교차하는 가운데 시대를 관통하는 그 시대의 논리가 있다”며 “오늘의 잣대로 과거사를 재단하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일”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역사 앞에서는 경건해야 한다. 역사발전에 있어서 ‘온고지신’이라는 교훈과 진보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기념회에 참석한 정계 주요 인사를 향해 “지난 시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면서 “오늘의 이 시대는 참으로 엄중한 시대이다.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인들이 정부의 현명한 대책을 촉구하고 국민의 인내와 단합을 이끄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가 목전에 닥친 선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갖가지 산재한 국가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우리 정치, 정신 차려야 한다. 정치의 목표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국태민안’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모름지기 정치인은 한결같이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생각해야 하며 사심을 버리고 ‘사무사’(思無邪·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음)를 지켜나가야 한다”며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영속을 바란다면 작은 당리당략을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과거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했던 내각책임제에 아쉬움을 보이며 “비록 이루지 못했지만 나라 장래를 걱정하는 국가관에 투철한 후진 정치인들이 꼭 계승해서 이뤄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후배 정치인들을 향해 당부했다.
그는 “옛 성현의 말씀에 인명은 재천이요, 공수래공수거라 했다”며 “이제 지난날의 악연도 깨끗이 잊어버리고 전부 용서하려 한다. 모두가 한 생애의 업보가 아니겠나. 저의 부덕의 소치로 본의 아니게 상처를 드린 일이 있다면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회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정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오랜 시간 친교를 맺어온 나카소네 야스히로(98·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 대행으로 중의원 7선과 참의원 2선을 지낸 와타나베 히데오(渡邊秀央) 일한친선협회 회장대행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한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하늘이 점지해서 태어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김종필 전 총리님은 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현재 대한민국 있도록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신 어른”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역사 발전에는 순서가 참으로 중요한데 총리님이 우리나라 발전에 대표적 주역으로서 근대화 민주화 복지화라는 순서로 대한민국 이끈 통찰력 보여주셨다”며 “총리님은 우리나라가 빈곤과 역사의 순간순간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 즉 대한민국 가지 않은 길을 온몸을 해쳐나가는 참용기를 보여주셨다”고 축사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도 “증언해주신 행간을 읽어보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김종필 총재께서 증언록을 통해 후대에게 많은 교훈 남겨주셨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진심으로 건강하시고 상황에 대한 직설적인 말씀해주시면 나라가 조금더 발전적ㅇ니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반세기가 넘는 오랜 정치생활 동안에 정치 언어의 품격을 지켜오신 것은 정치 후배들에게 정말로 큰 귀감이 된다”며 “후학들에게 많은 가르침 주시길 갈망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