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한계에 봉착한 골프클럽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년 사이 출시된 골프클럽은 단조로운 소재와 엄격해진 규정 제한으로 혁신적 진화를 이루지 못했다. 헤드체적 460㏄에 반발계수 0.830, 아이언 헤드 페이스의 그루브 규정 등이 대표적이다.
클럽 헤드에 사용되는 소재도 한계에 부딪힌 건 마찬가지다. 퍼시몬(감나무)에서 메탈ㆍ티타늄으로 발전해온 골프클럽 소재는 탁월한 비거리와 편리한 조작성을 실현하며 골프클럽 기능성에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골프클럽은 티타늄이라는 한계에 봉착한 채 더 이상의 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 골프클럽 제조업체들은 골프클럽 헤드에 화려한 디자인을 채용, 기술력과 소재의 한계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이다. 올해 출시된 신제품 골프클럽만 봐도 화려한 컬러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기존에 없던 원색 컬러를 도입하는가 하면 역동적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신제품이라고 해도 이전 모델과 다른 점을 모르겠다”며 불만의 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많다. 컬러나 디자인은 달라졌지만 기능성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정체된 기술력은 소비자들의 골프클럽 교체 주기에 그대로 반영됐다. 10년 전 골퍼들의 드라이버 교체 주기가 평균 2~3년이었다면 지금은 5년이 지나도 교체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 같은 현상은 이웃나라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이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일본 골프클럽 제조업체 상품 개발 담당자들을 만나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일본의 골프클럽 제조업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같은 현상을 예상했던 것 같다.
미즈노는 골프클럽 기술 개발 한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나카 쇼조 골프클럽 기획ㆍ개발 과장은 “드라이버에 비해 아이언과 하이브리드는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타구감, 타구음 등 감성적인 부분을 끌어올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이언의 명가’ 미즈노다운 판단이다.
반면 브리지스톤스포츠는 골프클럽이 가진 한계를 피팅 기술력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니시다니 마사시 상품기획ㆍ판매 부장은 “골프클럽 기술력에 어느 정도 한계가 온 것은 사실이다”며 “메탈과 티타늄 소재가 처음 채택됐을 당시가 골프클럽 진화의 황금기였다면 지금은 정체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시다니 부장은 “그렇다고 클럽 성능이 완전히 정체한 건 아니다. 피팅 기술만으로도 지금보다 진보한 클럽을 만들 수 있다. 독자적인 피팅 시스템을 활용해 같은 클럽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멀리,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컴포지트 드라이버 헤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FSP는 복합 소재 헤드 개발을 강조했다. 고바야시 요시히로 대표는 “신소재 개발이 한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다양한 소재를 복합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클럽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본 골프클럽 제조업체들은 각자가 가진 기술력으로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만큼 명확한 답변은 들을 수는 없었다. 골프클럽이 봉착한 기술 개발 한계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러기엔 골퍼들의 눈높이가 너무나도 높아졌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결국은 마케팅뿐이다. 같은 클럽이라도 마케팅에 뛰어난 브랜드가 생존한다. 컬러 마케팅이든. 선수 마케팅이든. 감성 마케팅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