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50.6원 급락..FOMC 앞둬 추가하락도 제한..1170원 바닥론..정상화 과정 인식도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과 2주일 전까지만 해도 1250원을 위협하며 5년8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관심은 원·달러가 얼마나 더 하락할지로 옮겨갔다. 다만 최근 하락세도 급격했던 만큼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단기 변곡점은 16일(현지시간)로 다가온 미국 연준(Fed)의 정책금리 결정이 될 전망이다.
원·달러는 이달들어서만 50.6원 급락했다. 특히 10일(각각 현지시간) 한국은행 3월 금융통화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정책결정 직후 사흘간 하락폭은 30.1원에 달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우선 3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동결한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도 매파(통화긴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줄면서 원화약세(원·달러 상승) 가능성을 낮췄다.
앞서 2월 금통위에서는 8개월만에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된 바 있다. 지난달 16일 금통위 이후 나흘간 원·달러 상승폭은 26.3원에 달한바 있다.
ECB도 정책금리를 제로(0%)로 인하하고 자산매입규모를 월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확대하는 등 시장 예상을 넘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현 시점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불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효과를 반감시키긴 했지만 ECB의 통화정책 완화 패키지로 경기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났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가와 주가가 상승하는 등 위험자산선호 현상이 확산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38달러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현재 진행형이긴 하나 남북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 미사일발사와 남한 개성공단폐쇄, 특히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가능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미·중간 대치로 비춰졌었기 때문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 여건 불안에 북한문제까지 불거지며 그간 원·달러가 과도하게 오른 경향이 있었다. 북한 리스크가 여전하지만 관심 밖으로 멀어진데다 국제 원자재가격 반등으로 세계경제 회복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FOMC 예상수준, 시장 선반영 추가 하락도 제한 = 원·달러가 하락세로 방향을 잡으면서 이같은 추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최근 하락세가 가팔랐던 데다 기술적으로도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변동성이 워낙 크다. 다만 장기 추세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이 1180원 정도에 걸쳐있다. 주간 구름대 상단도 1160원선에 위치한다”며 “원·달러가 하락한다면 그 정도 선까지는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Fed)의 정책금리 인상 시기를 6월로 보고 있었다. 다만 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분위기에 대한 관측은 갈렸다. 우선 금리인상을 강하게(매파적) 시사할 경우 달러 강세(원·달러 상승)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파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반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자넷 옐런 Fed 의장의 언급이 매파적일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시장 기대 수준까지 완화적일지도 의문”이라며 “중립적 수준에서 발언할 경우 시장 변수가 되지 못할 수 있다. 이를 선반영해 원·달러도 현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가 적정수준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미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아 Fed 금리인상 시기는 6월로 보고 있다”며 “대외 불안과 대북리스크가 확산할 경우 원·달러가 1200원을 넘길 수 있겠지만 대외건전성이나 흑자수준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현 1180원 수준이 균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