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 매치 성사!”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또 하나의 흥행카드가 생겼다. 88년생 동갑내기 절친 김하늘(하이트진로)과 이보미(이상 28ㆍ혼마골프)의 매치플레이다. 흥미로운 건 두 선수의 매치플레이 앞에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미니스커트 매치’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 요코하마타이어 골프 토너먼트 PRGR 레이디스컵(총상금 8000만엔ㆍ약 8억원) 2라운드가 열린 지난 12일, 일본 언론은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약속이라도 한 듯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하늘과 이보미의 미니스커트 대결이 성사됐다’는 내용이다.
시즌 첫 같은 조 맞대결을 펼친 김하늘과 이보미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티잉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2라운드 조편성이 확정된 11일 오후, 일본 기자들은 두 선수의 2라운드 플레이 의상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미니스커트 매치’였다.
사실 두 선수는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중후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흥행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JLPGA 투어 총 120라운드에서 두 선수가 같은 조 맞대결을 펼친 것은 세 차례에 불과했다.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 1라운드(5월 15일)와 후지츠 레이디스 2라운드(10월 17일), 그리고 LPGA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 2라운드(11월 27일)다. 이보미는 대부분 아웃코스(1번홀) 출발 조나 챔피언 조에 편성됐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던 김하늘은 인코스(10번홀)나 이른 시간 출발 조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2개 대회(7라운드)를 치렀을 뿐인데 벌써 두 차례(PRGR 레이디스컵 2ㆍ3라운드)의 같은 조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하늘의 되살아난 킬러 본능과 승부근성이 올 시즌 JLPGA 투어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JLPGA 투어에 데뷔한 김하늘은 먼싱웨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 우승 전까지 톱10 진입이 단 한 차례에 불과했을 만큼 일본 투어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먼싱웨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 직전 열린 메이저 대회 일본여자프로골프선수권에서 공동 5위에 오른 것이 자신감 회복의 발판이 됐고, 결과적으로 첫 우승으로 이어졌다.
김하늘은 첫 우승 이후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아니 원래의 김하늘로 되돌아갔다. 남은 7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톱15에 진입했고, 그 중 두 개 대회는 각각 5위(후지츠 레이디스)와 공동 6위(TOTO재팬 클래식)에 올라 일찌감치 올 시즌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한때는 일본 투어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포기하려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그렇지 않다는 것이 성적으로 입증됐다. 결국 김하늘은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 많은 량의 연습을 소화해내며 초심으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을 보낸 김하늘은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공동 7위)와 PRGR 레이디스컵(공동 4위)에서 각각 톱10에 진입하며 통산 두 번째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김하늘의 되살아난 경기 감각은 올 시즌 이보미와의 잦은 맞대결을 의미한다. 일본 현지에선 ‘미니스커트 매치’로 부를 만큼 또 하나의 흥행카드로서 주목하고 있다. 어쩌면 두 선수의 맞대결은 올 시즌 JLPGA 투어 판도를 뒤집을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스타 부재로 고민이 끊이지 않는 JLPGA 투어로선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김하늘과 이보미의 ‘미니스커트 매치’가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하늘은 지난 2007년 KLPGA 투어 데뷔 당시부터 스포테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에 눈을 뜨고 있었다. 짧은 치마와 하늘색 의상, 밝은 미소는 그가 KLPGA 투어 활동 당시 스스로 만든 트레이드마크다. 그 환한 미소엔 골프팬들에 대한 배려와 스포츠정신,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지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묻어난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혹독해야만 나올 수 있는 미소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단련 속에서 피어난 절개 있는 미소이기도 하다. 그 숨은 노력이 아름다운 열매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