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AI 관심 커지니 또 임시조직 만드는 정부

입력 2016-03-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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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기의 첫 대국을 마친 날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현황을 짚어봤다. 작년 5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오는 2020년까지 자동차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발 3 수준(돌발상황 시 수동 전환)의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국토교통부가 최근 국내 6개 실도로를 시험운행 가능 구간으로 지정한 것 외에 별다른 투자 또는 정부 지원 확대나 이에 따른 기술개발 혹은 실용화 성과는 크게 없었다.

그러나 이세돌-알파고 대결로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진 AI 기술수준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산업 활성화 논의에 필요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비상팀을 꾸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AI 산업을 총괄하는 전담팀을 신설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AI응용ㆍ산업화추진단’을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설치하고, 올해 예산을 20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AI 정책 컨트롤타워도 없이 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각각 AI 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또 다시 정부의 전형적인 답습 전시행정의 구태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AI 산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인력 양성과 인프라 마련을 위해 체계적 정책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AI 산업 육성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부처 간 충분한 논의 없이 임시방편식으로 조직 신설을 통해 면피해 보겠다는 생각뿐이다.

부처별로 서로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설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 간 긴밀한 협조 아래 민간과 협의할 수 있는 조직을 꾸리고 일원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미 수천억 원을 들여 수백여 명의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온 연구 분야에 대해 정부가 당장 추진단을 꾸리고 계획을 세운다고 획기적으로 발전할 리 없다. 기반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예산만 투자한다고 해서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쉽게 따라 갈 수도 없다.

비단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크고 작은 현안마다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있고 지원단ㆍ기획단ㆍ추진단 등의 임시조직 설치를 남발하고 있어 TF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지원단을 남발해 구성하다 보니 지원단의 역할이 미미하거나 업무가 중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각종 사안이 터질 때마다 국무총리실에 위원회를 만들다 보니 일 년에 한 차례도 총리 주재 회의를 열지 못하는 위원회만 수십 개에 달한다. 총리실 산하 총 65개의 위원회 중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만 50개에 이르는 데 따른 결과다.

새만금청이 있는데도 최근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새만금 관리가 허술하다며 총리 소속으로 새만금사업추진지원단을 신설해 업무 중복 논란을 빚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발족한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기존 국무조정실 내 공직복무관리실과 권익위원회, 감사원 등의 업무와 비슷한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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