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원대 세금 체납을 이유로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조동만(63)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당국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로 알려진 조 전 부회장 측은 체납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세금을 납부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30일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조 전 부회장이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회장은 2000년 6월 한솔엠닷컴 주식 588만여 주를 KT에 양도하고 현금 666억9000여만 원과 SK텔레콤 주식 42만여 주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은 양도소득세 72억여 원과 증권거래세 3억여 원을 납부했다.
국세청은 조 전 부회장이 SK텔레콤 주식 가격을 낮춰 신고했다고 판단하고 추가로 총 431억여 원을 과세했다. 조 전 부회장은 과세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후에도 조 전 부회장은 10년 이상 세금과 가산세를 납부하지 않아 300억원 넘는 가산금이 쌓였다. 과세 당국이 압류 절차를 통해 39억2000여만 원을 받아낸 뒤에도 체납한 세금은 총 709억여 원에 달했다.
조 전 부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가족들이 부유한 생활을 한다고 지적받자 "가족들이 세금을 대신 내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맞섰다. 나아가 "세금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앞서 2004년 조 전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넘겨받아 신주를 인수한 뒤 팔아 1900억여 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였다.
조 전 부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맏딸 이인희 고문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1953년 아버지 조운해 전 고려의료재단 명예이사장과 어머니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사이에 태어났다. 3남 2녀 가운데 차남이다.
73년 캔터버리(미국) 고등학교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나왔다. 1999년 한솔PCS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이후 한국통신학회 부회장, 한솔엠닷컴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쳤다.
한솔그룹 측은 조 전 부회장이 배임으로 구속될 당시 "조 전부회장은 계열분리가 끝나 전혀 무관하다"는 공식입장을 거듭 밝혔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