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 없어요. 클럽도 스폰서도 똑같습니다. 작년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매 경기에 임할 생각이에요.” 지난달 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이보미(28ㆍ혼마골프)의 이야기다. 그는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1라운드를 앞두고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상금왕의 여유일까. 그의 답변 하나 하나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실제로 이보미는 올 시즌 JLPGA 투어 3개 대회에 출전해 일찌감치 첫 우승을 신고하며 지난해 상금왕 기운을 그대로 이어갔다.
하지만 이보미의 말처럼 변한 게 아무 건 아니었다. 첫눈에 보기에도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다. 지난해 썼던 코카콜라 모자를 벗고 혼마골프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쓴 것이다. 헌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다. 이보미의 모자에 새겨진 혼마골프 로고는 다른 선수들과 완전히 다른 자유분방한 디자인이다.
‘댄싱 혼마’로 불리는 이 로고는 팀혼마 소속 다니하라 히데토(38ㆍ谷原秀人)의 엉뚱한 제안에 의해 만들어졌다. 과거 혼마골프는 ‘아저씨 클럽’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사용자 연령이 높은 고가 클럽 브랜드였다. 당연히 캐주얼 로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젊은 클럽’으로 거듭난 혼마골프는 다니하라의 엉뚱한 제안을 받아들여 새로운 디자인의 로고를 탄생시켰다.
새 디자인은 곧바로 선수들의 모자에 적용됐다. 대부분 선수들은 혼마골프의 원래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보미는 ‘댄싱 로고’를 마음에 들어 했고, 올 시즌부터 캐주얼한 디자인의 혼마골프 모자를 쓰고 출전하게 됐다.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시즌 첫 승이자 JL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의 모자에도 달라진 점이 있다. 지난해까지 ‘JINRO’ 옆에 붙어 있던 ‘乙’이 사라졌다.
‘JINRO 乙(진로 오쓰)’는 진로그룹이 일본에 수출하는 증류식 소주 제품 이름이다. 일본 현지법인인 진로재팬이 판매하고 있으며 유명 백화점 주류 매장에 진열되는 프리미엄 고가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시판되지 않는다.
진로그룹은 지난해 JLPGA 투어에 데뷔한 김하늘과 통산 22승의 전미정(34ㆍ진로재팬)을 통해 이 제품을 홍보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지난해 JLPGA 투어 출전 때도 ‘JINRO 乙’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썼다.
그러나 올 시즌 김하늘과 전미정의 모자에선 ‘乙’를 찾아볼 수가 없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내 (진로의) 부족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 (JINRO 乙) 제품 로고보다 기업 로고를 넣고 진로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함이다.
그밖에 J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모자에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로고가 많다. 이나리(28)의 메인 스폰서인 골프5는 1983년 일본 아이치현(愛知県) 가스가이시(春日井市)에서 문을 연 골프용품 전문 숍이다. 1972년 설립된 스포츠ㆍ레저용품 유통 기업 알펜그룹(대표 미즈노 다이조)이 운영하고 있다. 알펜그룹은 또 토털 스포츠 용품 전문숍 스포츠데포도 운영 중이다.
신지애(28)를 후원하고 있는 스리본드는 일본의 공업용 접착제 등 화학물질을 개발ㆍ제조하는 기업으로 도쿄(東京) 하치오지시(八王子市) 미나미오사와(南大沢)에 본사가 있다. 2013년 신지애(28)와 서브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부터 메인 스폰서가 됐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당시 신지애는 “나는 이제 ‘본드걸’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 에스더(30)의 메인스폰서인 SBJ은행은 신한은행의 일본현지법인이다. 신한은행의 일본지점 사업을 양도받아 2009년부터 일본 내 영업을 시작했다.
반면 JLPGA 투어 맏언니 강수연(40), 통산 19승의 이지희(34),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나 상금왕을 거머쥔 안선주(29) 등 다수의 선수는 메인 스폰서가 없이 올 시즌 JLPGA 투어를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