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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熊本) 현에 지진이 발생한 건 엊그제(16일) 아침이었습니다. 오이타(大分) 현 강진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이었죠. 수십 초간의 땅의 울림이 할퀴고 간 상처는 처참했습니다. 지붕은 모두 내려앉았고, 도로는 종잇장처럼 구겨졌으며, 산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철로는 뚝 끊겼습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5년 전 동일본대지진 이후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꾀하던 ‘아베노믹스’도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주요 인프라(교통ㆍ통신ㆍ전기ㆍ수도 구조물)가 붕괴되면서 유통업과 농수산업, 금융업은 ‘개점휴업’ 상태고요.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 도요타를 비롯해 닛산, 혼다, 파나소닉은 공장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온천 여행을 계획했던 한국과 중국인 여행객들도 줄줄이 예약을 취소하고 있죠.
하지만 슬픔을 느낄 리 없는 ‘돈’은 이 상황에서도 득실 따지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웃나라 아픔 속에서 반사이익을 운운하는 게 도리는 아니지만, ‘뉴노멀 시대(저성장ㆍ저물가ㆍ저금리)’ 문턱에 서 있는 우리로선 간과할 수 없는 변수죠.
일본 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 “엔화 흐름에 관심”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한국 증시는 상승세를 보입니다. 1995년 한신대지진이 발생했을 땐, 3개월간 7% 올랐고요. 동일본대지진 이후엔 90일간 9.7% 뛰었습니다. 엔화 흐름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일본은 채권국가이어서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대외자금 회수가 빨라집니다. 엔화강세 요인이죠. 참고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6개월간 엔화 값이 6% 넘게 올랐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면 한국 자동차(부품) 업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미국 내 韓 자동차 판매 반사이익”
일본 지진으로 도요타와 닛산, 혼다가 조업중단에 들어갔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르네사스와 아이신정기도 피해를 입었죠. 5년 전 동일본대지진 때처럼 생산 차질이 장기화 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하지만 도로ㆍ철도 등 운송수단의 피해가 작지 않고 규슈(九州)에 수출기지가 있다는 게 일본에겐 걸림돌입니다. 피해복구와 조업ㆍ선적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시장 판매에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됩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애플, 하반기 신제품 출시 차질 예상”
소니는 미국 애플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올해 9월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지난해 상반기 야마가타(山形)ㆍ나가사키(長崎)ㆍ구마모토 현의 생산라인을 증설했죠.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구마모토 생산라인은 전면 중단됐고, 나가사키 조업도 일부 멈췄습니다. 빠른 시일 내 복구되지 않는다면 이미지센서 경쟁사인 삼성 LSI, 옴니비전(미국)의 점유율이 확대될 것입니다. 카메라 모듈 경쟁사인 LG이노텍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윤재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규슈에 석유화학ㆍ정제 설비 별로 없어”
5년 전 동일본대지진 당시 국내 석유업종이 크게 올랐던 것은 동부지역에 석유 화학ㆍ정제 설비들이 밀집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사이익 기대감이 컸죠.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일본 규슈 지역에는 관련 시설이 많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보고된 피해도 JX 닛폰 오일&에너지(JX Nippon Oil & Energy)의 석유 제품 선적 중단밖에 없죠. 한국 정유업계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 “요우커 증가로 면세점 반사이익 기대”
일본 여행시장은 2011년 발생한 대지진으로 2년간 장기침체를 겪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이 붕괴되면서 방사능 공포가 퍼졌거든요. 이번 구마모토 강진은 엔저와 유가하락에 힘입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일본 여행시장에 5년 전과 비슷한 충격을 안겨줄 것입니다. 적어도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그 영향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요우커들이 행선지를 한국으로 돌리면서 국내 면세점 시장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