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헤지펀드 활성화 위해 법으로 규제 없앴는데… 당국, 자율규제 명목 근거도 없이 ‘족쇄’부활
이르면 이달 말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증권사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등록요건과 이를 구체화한 모범규준이 법적 근거 없는 사실상 그림자 규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해 법으로 규제를 없앴지만 금융당국이 자율규제라는 명목하에 법적 근거도 없는 모범규준을 만들어 증권사에 규제의 칼 끝을 겨누고 있어 문제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1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헤지펀드 등록기준안은 법에서 정한 고시가 아닌 단순 정책 발표의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다.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증권사가 헤지펀드 겸업시 이해상충을 예방하기 위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구체화 한 내용이 금융투자협회 표준내부통제기준(모범규준)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금융위 고시는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헤지펀드 겸업은 내부자 거래 등 위법행위 우려가 커 제한해 왔으나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문이 열렸다. 당시 금융당국은 기존의 업계에 적용되던 일명 ‘헤지펀드 모범규준’까지 전면 폐지하면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새로 마련하는 등록요건에는 사무공간 층 분리, 펀드 관리업무의 의무적 위탁, 별도의 준법감시부서 설치 등 증권사에 ‘새로운 부담’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에서 ‘자율규제’가 정하도록 위임한 적이 없는 내용이다. 인허가가 아닌 등록제로 헤지펀드업 진출입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법에서 정한 내용 이상의 요건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면 사실상 ‘그림자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그림자 규제 일제 정리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1월 ‘금융규제 운영규정’까지 마련했다. 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모두 비명시적 규제 최소화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은 사실상의 입법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증권사의 헤지펀드 겸업 시 이해상충 우려가 커 등록요건을 일반 운용사나 자문사보다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도라면 이는 이미 입법 단계에서 고려했어야 할 내용이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그림자 규제와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이 또 그림자 규제를 만든 꼴”이라며 “등록요건이 법에서 요구하는 일반적 이해상충 방지 수준보다 큰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것이라면 자율규제가 아닌 법규에 반영해야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