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550여명과 공감 토크쇼…현금ㆍ카드 지갑 3개에 나눠 다니며 일상서도 위험분산의 원칙 적용
“지난 10년간 고객 수익률을 위해 모든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며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대박날 주식을 찾지 않고 원금 손실 위험에서 도망치며 살겠습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은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10주년 고객 사은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치투자의 원칙은 ‘절대 잃지 않는 투자’라는 점을 고객 앞에서 다시 한 번 다짐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한국밸류운용의 출범 10년을 맞아 장기간 투자한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고자 마련했다. 진행을 맡은 김성주가 이채원 부사장과 운용역들을 상대로 고객이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묻고 답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투자자 550여명이 함께 웃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부사장은 항상 현금과 카드를 3개의 지갑에 나눠 들고 다닌다며 즉석에서 재킷 안주머니와 셔츠 앞주머니, 바지 뒷주머니에서 각각 지갑을 꺼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소심하고 항상 준비하는 성격 때문에 일상에서도 위험 분산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강도를 만나더라도 보유 현금의 70%는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투자자들도 이 부사장처럼 한 펀드에 최장 10년간 투자한 가치투자의 산 증인들이다. 이 부사장은 “수익률이 좋지 않을 때 ‘우리는 괜찮다’며 원칙을 고수하라고 토닥여준 고객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이 부사장이 1호 펀드로 2006년 4월 출시한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 1호(주식)’은 총 3만2953 계좌 중 약 70%에 달하는 2만2228 계좌가 5년 이상 장기 투자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펀드 설정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수익률이 156.22%를 기록했다”면서 “목표로 했던 금리 두 배 수준인 160%에 조금 미달했지만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정 첫날 1038억원이었던 수탁고도 현재 1조4000억원 수준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성과를 냈지만 지난 10년간 어려웠던 시기도 많았다. 이 부사장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았다. 수익률이 -40%로 당시 코스피 수익률인 -60%보다 20%포인트나 높았지만 어쨌든 고객 자산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009년과 2010년에는 코스피 지수 상승세보다 덜 수익을 냈지만 어쨌든 만족할 만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화장품·바이오·무인차·가상현실 등 유망 신성장 산업 투자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가 단기간 매력적이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세상 최고의 주식이라도 이미 비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만약 유망주가 실질적으로 성장했더라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가가 내려갈 수 있고 첨단산업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누가 성공할지 알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통신주가 유행하며 20만원에 육박했던 KT 주가는 현재 3만원에 불과하고 2011년 60만원대에 거래됐던 OCI도 6만원까지 떨어졌다. SK텔레콤 역시 이익이 6배 늘었지만, 성장세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50만원대 주가가 20만원대에 머문 ‘성장의 함정’ 사례로 언급됐다.
반대로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종목으로는 삼성전자, 유진테크, 동아타이어를 꼽았다. 특히 재생타이어와 튜브를 생산하는 동아타이어는 꾸준한 실적 성장세로 8000원대 매수해 현재 2만8000원인데도 향후 성장성을 높이 사 종목을 보유 중인 사례로 소개했다.
한국밸류운용은 해외 투자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고자 3년째 300~400여개 아시아 기업탐방을 다니며 가치펀드를 준비 중이다.
이 부사장은 “아직은 국내 가치투자가 체질에 맞고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해 왔는데 해외는 아직 자체적으로 검증이 안 된 상태”라며 “꾸준히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해외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