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단톡방
나: 다음 달 6일 임시공휴일 가닥이래. 우리도 쉬는 건가?
기자1: 리조트 예약부터 하고 있음. 잔여 수량 줄어드는 게 보여.
기자2: 나도 홍콩여행 예약 중.
나: 계획도 없으면서 괜스레 마음 조급해진다.
기자3: 차 엄청 막힐 것 같은데…. 난 그냥 뒷산이나 다녀와야겠다.
아침부터 동기 단톡방이 소란스럽습니다. 오늘(26일) 이투데이 종합면에 실린 ‘정부, 다음 달 6일 임시공휴일 가닥…28일 국무회의 안건 상정’ 기사 때문입니다.
동기 말로는 소식이 전해진 후 가평의 한 리조트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더니 잔여 수량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고 합니다. 저도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집에 있자니 공돈 날리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 자연휴양림 예약 창을 켰습니다. 방이 없네요. 몇몇 펜션은 벌써 성수기 수준으로 가격을 올렸고요. 출근하자마자 방부터 예약할 걸 후회 중입니다.
일중독 오명을 안고 사는 정부가 나흘 황금연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먹고살기 팍팍해 사람들이 좀처럼 돈을 안 쓰기 때문이죠. 때마침 오늘 유일호 부총리의 첫 경제 성적표가 나왔네요. 살펴볼까요? 올해 1분기 민간소비가 전 분기보다 0.3% 줄었다고 합니다. 2014년 2분기 이후 최저치라고 하네요. 이에 국내총생산(GDP)도 0.4% 성장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달력을 보고 있는 정부는 답답합니다. 6월까지 주말을 제외한 빨간 날이 어린이날과 현충일밖에 없거든요. 올해 노동절과 석가탄신일은 주말에 겹쳐 있습니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라도 ‘휴식카드’가 절실합니다.
5,160,000,000,000원.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를 따져봤는데요. 5조16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생산유발액 3조8500억원과 부가가가치 유발액 1조3100억원을 더한 돈입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당시 사흘간의 황금연휴에 △백화점 매출은 1주 전 같은 기간(금~일)과 비교해 7% 증가했습니다. △면세점 매출도 17% 늘었고요. △대형마트 매출 역시 26% 뛰었습니다. 이 밖에도 △고속도로 통행량 5.5% △외국인 입국자 수 8.5% △놀이공원(46%)ㆍ야구장(32%)ㆍ박물관(61%)도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사흘 연휴: 5조1600억원=나흘 연휴: 5조1600억원+α
관계자들은 이번 나흘 황금연휴 효과가 지난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휴일이 하루 더 늘었으니까요. 임시공휴일 하루 효과가 삼성전자 3개월 장사(영업이익 6조6000억원)를 넘어설 수도 있겠네요.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다.”(임마누엘 칸트)
미생에게 쉼의 가치는 5조1600억원 그 이상입니다. 2004년 ‘놀토(노는 토요일)’ 도입 후 GDP는1년 만에 16%나 성장했고요. 3년 전 ‘주 4일제’를 도입한 충주의 한 화장품 제조업체는 직원 30명이서 100억원대 매출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쉼=에너지’인 셈입니다. 쳇바퀴 삶을 사는 저에게도 ‘쉼표’가 간절하네요. 다음 달 나흘 황금연휴를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버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