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골프계가 리우올림픽 금메달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주인공은 92년생 동갑내기 마쓰야마 히데키와 노무라 하루(이상 24)다.
세계랭킹 14위 마쓰야마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했고,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는 공동 7위에 올랐다. CIMBC 클래식(5위)과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공동 6위)에서도 각각 톱10에 진입하는 등 세계 최고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반면 여자골프 세계랭킹 23위 노무라는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0개 대회에 출전해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과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순위 2위(68만 달러, 약 7억8000만원)에 올라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두 스타플레이어는 침체된 일본 골프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실 세계 골프계는 미국과 한국으로 양분된 지 오래다. 미국은 조던 스피스(2위), 버바 왓슨(4위), 리키 파울러(5위), 더스틴 존슨(8위) 등 세계랭킹 10위 이내 4명의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남자 골프 최강이다. 반면 박인비(28·KB금융그룹·2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6위), 김세영(23·미래에셋·7위), 장하나(24·비씨카드·8위) 등 스타 선수를 보유한 한국은 여자 골프 최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젊은 남녀가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강력하게 떠오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큰 대회에 강하다. 마쓰야마는 1년 8개월 만에 PGA 투어 2승째를 장식한 웨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에서 파울러와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피닉스 오픈은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골프대회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플레이어들의 압박감이 심한 대회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한 노무라는 일본 여자골프의 구세주다. 스타가 부재가 허덕이던 일본 여자골프에 유일한 희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금융 클래식은 총상금 12억원으로 연중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였다. 노무라는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4타차 선두였던 배선우(22·삼처리)에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상금 3억원을 챙겼다. 노무라는 또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안은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 최나연(29·SK텔레콤) 등 한국선수들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더 중요한 건 일본의 치밀한 금메달 전략이다. 지난해 9월 일본 골프 대표팀 헤드코치로 선임된 마루야마 시게키(47)를 비롯한 강화위원회는 일찌감치 리우올림픽 선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 희박했던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