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외이사 기부금 몰아주기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전권역 살펴본다

입력 2016-05-03 09:54수정 2016-05-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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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기부금 내역 공시 의무화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전 권역을 대상으로 기부금 몰아주기 행태를 조사한다. 대형 보험사가 사외이사 재직 대학에 기부금을 몰아준다는 본지 보도 이후 구체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29일자 1면 ‘보험사 사외이사 대학에 기부금 몰아주기’기사 참조)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사외이사가 재직하는 비영리법인에 기부금을 제공하는 은행과 증권사 등 전 금융사에 대해 기부금 제공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성격이 아직은 기부금 제공 현황을 파악하는 기초 조사나 모니터링 수준이지만, 문제 발생 시에는 테마검사까지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증권사까지 포함한 전 권역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은 여러 방법을 통해 기부금 행태를 감시 받아왔지만, 증권사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본지는 한화생명·삼성화재·KB손해보험 등 3개사가 자사 사외이사가 재직하는 대학교에 총 33억원 기부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한화생명은 2010~15년간 사외이사인 김병도 교수가 재직하는 S대학교에 총 31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원했다.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사외이사인 윤영철, 신동엽 교수가 재직하는 Y대학교에 총 2억5000만원을 제공했다. KB국민은행은 KB손보 사외이사 이봉주, 박진현 교수가 속한 서울 K대학교, 지방 K대학교에 총 5200만원 기부금을 지원했다.

이와 관련, 기부금을 받는 대학교에 재직하는 사외이사가 기부금을 주는 보험사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당초 폐지할 예정이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내 '기부금 내역' 항목을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포함시켰다.

금융위는 당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에서 연차보고서 내 기부금 내역 항목을 제외하기로 했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기부금 공시를 의무화하게 되면, 이를 지키지 않았을 시 법적인 처벌이 가해지는 부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난달 28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정안’을 입안 예고,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사외이사 재직 대학 등 비영리법인이 제공받은 기부금 내역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투데이) 취재과정에서 기부금 내역 공시가 관련 지배구조법과 그 시행령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 시행령 아래 감독규정 내에는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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