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지난달 18일, 2주간의 기본직무 교육을 마치고 정책 현장으로 첫 발을 내디딘 고용노동부 새내기 사무관 15인은 ‘우문현답 태스크포스(TF)’ 발대식에서 이 같은 다짐을 했다. 고용부는 최근 58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들 수습 사무관을 본부 정책부서에 곧바로 발령을 내지 않고 TF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인사 실험을 단행했다.
‘우리의 문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진 이 TF는 5개월간 청년고용프로그램, 능력중심채용, 일학습병행제 등에 직접 참여하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의 운영 상황을 점검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귀담아 듣고 몸으로 부딪혀 개선점을 찾아내게 된다.
이 같은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기에 수습 사무관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당찬 포부와 결연한 의지에 한 고용부 고위 공무원은 남다른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깊은 울림을 느꼈다는 선배 공무원도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분들을 생각하고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갈대 같은’ 공무원이 되겠다는 수습 사무관들의 다짐은 이제는 하나의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인식돼버린 ‘공무원’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새삼 곱씹어보게 한다.
청소년이 선호하는 직업 부동의 1위가 공무원이 된 지도 꽤 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청소년 통계’에서도 지난해 13~24세 청소년이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이 2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 4명 중 1명꼴로 장래 직업으로 공무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재경직 5위 안에 든 상위권 수습 사무관 중 3명이 공정위에 배치됐다고 한다. 젊은 사무관들이 로펌이나 대기업 등 공직 은퇴 이후에 갈 곳이 많은 공정위에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신입 공무원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나 정책적 기여도가 높은 부처를 이제는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 재경직 수재들만 간다던 기획재정부는 세종에 있다는 이유로 서울의 금융위원회에 밀리는 굴욕을 맛본 지 벌써 몇 해째다. 한 언론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 수습 사무관의 절반 이상은 장래 희망으로 장·차관을 꼽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겠지만 젊은 사무관들의 국가에 봉사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이 약해졌다는 말도 들린다. 정부(관)보다 시장이나 국회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세종시 근무라는 지리적 부담감에 사기가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철밥통’으로 불리던 공무원이 안정된 수입에 노후까지 보장되면서 이제는 확실한 ‘금밥통’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가치만 따지기에는 ‘나라의 녹’을 먹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철밥통만을 지킬 것이 아니라 청렴과 책임의식, 봉사정신이라는 본분도 지키는 공무원들이 많아져야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도 사라지고 국민들의 삶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