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가 3차 구제금융을 지원 받기 위한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새벽 연금 삭감과 증세를 포함한 개혁안이 가까스로 과반을 넘기면서 통과됐다. 그리스 의회 전체 의석 300석 중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독립그리스인당(ANEL) 연립정부 소속 의원 153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야당 소속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통과된 개혁안은 3차 구제금융 요건 충족을 위한 것으로 연금 지급액 삭감과 연금펀드 통폐합, 개인 분담금 증가, 중산층 증세 등을 포함한다.
그리스는 지난해 7월 IMF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으로부터 860억 유로(약 114조원)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받고 2018년까지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인 54억 유로 규모의 긴축 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월 치프라스 총리는 긴축에 반대하며 정권을 잡았으나 트로이카의 연금 삭감, 증세 등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등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현재 그리스 정부가 당장 7월에 갚아야 할 부채는 23억 유로에 달한다. 이날 의회에서 채권단이 요구한 개혁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채권단의 자금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채권단은 지금까지 160억 유로의 자금을 순차적으로 지원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그리스 은행 부문 개혁을 위해 50억 유로 이상을 제공했다. 이후 구제금융 지급 협상에서 채권단은 그리스의 약속 불이행에 대비해 연금 축소와 은행 부실채권 매각 등을 골자로 한 36억 유로(GDP 2% 수준) 규모의 추가긴축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재정위기로 유로존에서 첫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3차 금융에 이르기까지 6년째 긴축 정책이 이어져 온 터라 그리스 시민들은 연금 개혁과 세금 인상 등의 추가 긴축이 이뤄지면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추가 긴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구제금융을 위한 추가 긴축에 항의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화염병과 의자 등을 집어던지고 경찰은 최루탄을 뿌리며 진압에 나서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만 1만8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그리스 경찰은 추산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서는 개혁안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사흘 연속 총파업을 벌였다.
한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그리스 긴축과 구제금융 등을 논의한다. 이와 관련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의 개혁 프로그램을 승인해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