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듯했던 금호가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문제로 또다시 충돌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게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과 관련한 사항의 질의 및 자료제공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공문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및 금호터미널 금호기업 합병 공시에 대한 이사회 의사록 및 관련자료 일체 요청과 금호기업에 매각, 합병을 묻는 질의사항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매각하고, 이후 5월 4일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금호기업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고자 설립한 SPC다. 금호산업의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NH투자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형태(만기 2017년 6월, 금리 5.5%)로 3300억원을 지원받고, 금호문화재단 같은 공익법인과 자회사, 계열사 거래기업 및 특수관계인 친인척 회사로부터 배당을 조건으로 인수대금 7228억원 중 약 70%에 해당하는 50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받았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기업의 유일한 자산인 금호산업은 개별기준 누적 이익잉여금 약 270억원, 부채비율 500%에 육박해 배당이 불가능”하다며 “이에 금호터미널 인수자금 전액 2700억원을 NH투자증권 등 제2금융권에서 조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이 합병해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현금으로 금호기업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으로 보인다”며 “이것은 수년 동안 M&A 시장에서 법률적 문제를 일으켰던 LBO(차입인수)의 전형적인 형태로 LBO방식의 인수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금호터미널은 현금성 자산을 약 3000억원 보유한 우량 기업으로 전국 대도시 요지에 있는 터미널 부지 수익 부동산과 금호고속에 대한 콜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매년 안정적으로 창출되는 금호터미널의 영입이익이 모두 금호기업 원리금 상환과 금호기업의 차입금 상환 및 배당금 지급에 사용될 것이라는 게 금호석유화학 측 판단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이와 같은 정황을 잘 알면서도 금호기업에 금호터미널을 매각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및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돼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로서 관련 공문을 발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