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 성장과 도약, 한류 핵심 콘텐츠로의 부상의 원동력은?[배국남의 눈]

입력 2016-05-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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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어떻게 성장했나?

▲옥주연의 열연이 돋보인 뮤지컬'마타하리'.
#1. 1월 8일과 2월 19일, 티켓 오픈을 시작하자마자 뜨거운 전쟁이 벌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매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바로 3월 1일부터 5월 29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 뮤지컬 ‘헤드윅: 뉴메이크업’의 조승우가 출연하는 3월 1일 개막 공연을 비롯해 3월 출연분이 순식간에 매진됐기 때문이다.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2014년 10주년 공연까지 조승우는 다섯 번이나 ‘헤드윅’에 출연해 ‘전회 매진’이라는 흥행 신화를 이번 공연에도 이어가고 있다.

#2. 1월 23일부터 2월 9일 뮤지컬 ‘드라큘라’공연이 펼쳐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객으로 붐볐다. 드라큘라 역을 맡은 김준수를 보기위해서다. 중국 베이징에서 김준수 공연을 보기위해 왔다는 장유양(張劉陽 ·24·대학생)은 “최근 중국에서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청소년 때 좋아했던 한국 아이돌 스타들이 뮤지컬에 나오면서 한국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3. 2015년 8월 27일 중국 상하이 인텍스 전시장. ‘파리넬리’와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그날들’ 등 한국 창작 뮤지컬 세 편의 하이라이트 공연이 1시간여 동안 펼쳐졌다. 중국 관객들은 한국 뮤지컬에 환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공동 주관으로 열린‘2015 코리아브랜드 & 한류상품박람회’의 한국 뮤지컬 쇼케이스 행사였다. 중국 공연 관계자들은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 가창력이 한국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뮤지컬에 비해 낮은 인지도 문제만 해결하면 한국 뮤지컬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뮤지컬에 대한 국내외 판도와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세 가지 풍경이다. 한국 뮤지컬은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해외 팬들에게 사랑받는 공연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사와 노래, 춤으로 짜여진 극, 뮤지컬은 1960년대 미국 대중문화 유입과정에서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1962년 공연된 ‘포기와 배스’로 한국 뮤지컬 역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1966년 예그린 악단에 의해 공연된 ‘살짜기 옵서예’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서막을 열었다.

▲뮤지컬 한류의 주역, 김준수.

이후 1970~1980년대 소극장 중심으로 공연이 펼쳐지기 시작한 한국 뮤지컬은 1990년대 제작 주체가 다양해지고 공연장이 증가하며 로열티를 지급하고 정식으로 해외 대형 뮤지컬이 수입되면서 발전을 해왔다.

2000년대 들어 한국 뮤지컬의 질적, 양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CJ E&M, 설앤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 뮤지컬해븐 프로덕션, 쇼노트 등 뮤지컬 전문 제작사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국 뮤지컬의 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00년대 들어 매년 10%이상 급성장한 한국 뮤지컬 시장은 공연편수는 지난 7년 동안 매년 3~16%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공연된 뮤지컬은 2330편에 달할 정도로 발전했다. 2001년 200억원대 한국 뮤지컬 시장은 14년이 지난 2015년에는 2000억원대까지 급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캣츠’ ‘코러스라인’ ‘아이다’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 미국, 프랑스 등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공연을 하면서 한국 뮤지컬은 무대 세트에서부터 의상, 배우의 노래와 연기까지 뮤지컬 노하우를 익히고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한편, 1995년 윤호진 연출의 ‘명성황후’를 계기로 한국 창작 뮤지컬도 한 차원 발전했다. 이후‘프랑켄슈타인’‘투란도트’‘디셈버’등 대형 창작 뮤지컬부터 ‘여신님이 보고 계셔’, ‘셜록홈즈’, ‘난쟁이들’ ‘빨래’ 등 중소형 창작뮤지컬 까지 적지 않은 창작 뮤지컬들이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특히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다룬 창작 뮤지컬‘명성황후’는 1995년 초연이후 20년동안 한국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비롯해 1000회 공연과 15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고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비정규직 직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딸을 돌보는 할머니 등 소시민의 일상과 사랑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소극장 창작 뮤지컬‘빨래’가 일본 공연을 포함한 3000회 공연을 성공으로 이끌고 외국에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너의 꿈속에서’ ‘난 괴물’ ‘상처’ ‘후회’ ‘단 하나의 미래’ ‘남자의 세계’ ‘산다는 건’등 주옥같은 넘버들과 유준상 한지상 박건형 등 명배우의 열연, 독창성과 웅장함이 돋보인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초연 때 8만 관객을 동원한 뒤 재공연때에는 매출액 100억, 관객 10만을 돌파하는 대성공을 거둔 것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물론 화려한 넘버,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와 캐릭터, 화려한 스타 배우 캐스팅으로 중무장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인기도 여전히 엄청나다. 조승우 등 스타 캐스팅과 누구나 신나게 빠져들 수 있는 장르인 록뮤지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눈길을 끄는 ‘헤드윅’, 미국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하고 박혜나 옥주현 차지연 등이 출연해 ‘The Wizard and I’‘What is this Feeling’One Short Day‘주옥 같은 넘버들을 소화하는 ‘위키드’, 세르반테스 소설 ‘돈키호테’를 극중극 형식으로 재구성해 1965년 뉴욕에서 초연돼 인기를 얻고 지난 2005년 한국에서 공연돼 흥행에 성공한 ‘맨 오브 라만차’를 비롯한 ‘맘마미아’ ‘시카고’‘엘리자벳’‘레베카’‘데스노트’등 수많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며 폭발적인 반응으로 초연, 재연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뮤지컬이 이처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을 확대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외국 팬들을 확보하며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인기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동력은 창작 뮤지컬이든 라이선스 뮤지컬이든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연출, 무대세트, 의상 등 뮤지컬 전문 인력이 속속 배출되고 뮤지컬 전문 제작사가 등장하면서 한국 뮤지컬은 완성도가 높아지며 발전을 거듭 한 것이다.

‘명성황후’‘영웅’의 윤호진 연출은 “한국 뮤지컬의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세트에서부터 의상, 배우들의 춤, 노래, 연기, 뮤지컬 넘버에 이르기까지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것이 한국 뮤지컬의 경쟁력이다. 한국 창작 뮤지컬은 소재가 한국적인 것이지만 동양적 정서가 기저에 깔려 있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팬들도 쉽게 수용할 수 있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은 오리지널 보다 더 진화하고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의 흥행보증 수표 스타, 조승우.
또한, 한국 뮤지컬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국내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 캐스팅이다. 뮤지컬 무대에 서는 한국 배우는 두 부류가 있다. 남경읍 남경주 최정원 임태경 박혜나 한지상 홍광호 정선아 김소현 차지연 등 뮤지컬 전문 배우로 출발해 꾸준하게 무대에 오르는 경우와 조승우 윤도현 정성화 등 배우나 가수로 활동했던 연예인들이 뮤지컬에 진출한 경우다. 특히 K-POP 한류로 중국 일본 등 아시아와 전세계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그룹 가수들이 대거 뮤지컬에 진출하면서 국내외 관객들의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다. 아이돌 가수로 뮤지컬에 진출한 스타로는 ‘데스노트’‘엘리자베스’ 등 뮤지컬 공연 때마다 국내외 구름 팬을 몰고 다니는 JYJ의 김준수, ‘엘리자베스’‘위키드’ 등 대형 뮤지컬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보이며 뮤지컬 배우로도 대성한 핑클의 옥주현을 비롯해 ‘인 더 하이츠’에 나선 엑소의 첸, 샤이니의 키, 인피니트의 김성규, ‘신데렐라’에 출연한 비스트 양요섭, B1A4의 산들,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관객을 만난 슈퍼주니어의 려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연을 맡은 소녀시대의 서현, SES 출신의 바다 등이 있다. 이밖에 슈퍼주니어의 규현, 예성, 빅뱅의 대성, FT아일랜드의 이홍기, 에프엑스의 루나, 빅스의 켄 등이 있다.

뮤지컬 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한국 뮤지컬 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가 스타 캐스팅이다. 최근 들어 한국 뮤지컬을 보기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객들이 급증한 것은 아이돌 스타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명성황후'

세계시장에서 통할 완성도와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팬들을 확보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한국 뮤지컬은 최근 들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한국 뮤지컬의 중국 진출은 최근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CJ E&M은 지난 2010년 11월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와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 상하이 동방미디어유한공사와 공동으로 합자회사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를 만들어 한국 뮤지컬의 중국 진출과 한중합작 뮤지컬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 E&M은 2011~2012년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영국 오리지널 프로덕션 뮤지컬 ‘맘마미아’의 중국어 버전을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 19개 도시에서 297회 공연을 하며 300억 원 매출액을 기록해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했다. 이후 CJ E&M은 사랑 빼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여자가 조금은 어설프지만 자신의 신념을 믿고 성실히 살아가는 남자와 함께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 다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로맨틱하게 그린 한국 창작 뮤지컬‘김종욱 찾기’를 중국에 라이선스 판권을 판매했다. 또한,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를 통해 ‘공주의 만찬’이라는 한중합작 뮤지컬을 선보였다.

젊은 가수들이 콘서트로 제작하는 과정을 스토리로 다룬 메이킹쇼 형식으로 구성되고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을이 오면’ 등 이영훈 작곡의 이문세가 부른 명곡들이 귀를 붙잡는 ‘광화문 연가2’, 1300년 전 당나라에 유학 간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의 우정과 경쟁관계를 담은 ‘쌍화별곡’, 세계 4대 오페라중 하나로 꼽히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투란도트’등 한국 창작 뮤지컬이 중국에 공연돼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창작 뮤지컬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말로 번안되고 재해석된 버전의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공연으로는 ‘노트르담 드 파리’‘엘리자베스’ 등이 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뮤지컬 진출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출간한 ‘2014 한류백서’에 따르면 중국 창작 뮤지컬은 2008년 5편에 불과했지만 2012년 47편으로 늘어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또한, 중국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공연문화 사업에 2조원을 투자하고 공연극장 75개를 건설하는 등 중국 공연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뮤지컬 등 공연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이에 따라 한국 뮤지컬 제작사와 관계자들은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안중근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영웅’을 공연해 호평을 받은 윤호진 연출은 조만간 중국에서 항일 투쟁을 하고 중국 현대음악의 대부로 통하는 전남 광주 출신의 중국동포 정율성의 삶을 그린 창작 뮤지컬을 중국에서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성공한 창작 뮤지컬 ‘빨래’는 지난 1월 중국 상하이 드라마 예술센터에서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5월부터 중국 도시를 돌며 본격적인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 뮤지컬 쇼케이스를 통해 선보인‘파리넬리’‘그날들’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등도 중국 진출을 구체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25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총살당한 물랑르주의 무희 마타하리 실화를 뮤지컬로 만든 ‘마타하리’,‘프랑케슈타인’ 제작진이 만든 ‘벤허’ 등 올해 공연을 하는 작품을 비롯한 수많은 한국 뮤지컬들이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중국 팬들은 올해 다양한 한국 뮤지컬을 만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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