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자로 지목된 옥시의 신현우(68) 전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신 전 대표와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 씨, 전 옥시 선임연구원 최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함유된 PHMG(폴리헥사 메틸렌 구아니딘)와 PGH(염화 에톡시 에틸 구아니딘)의 인체 유해성에 관한 실험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폐손상을 입은 221명 중 옥시 제품으로 피해자는 177명이다. 사망자도 90명 중 70명으로 가장 많다. 또 다른 살균제 제조업체 세퓨 대표 오모 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옥시는 당초 1999년까지 PHMG가 아닌 '프리벤톨R80'이라는 성분이 들어간 살균제를 사용했다. 옥시는 프리벤톨R80 사용 당시에는 사람이 흡입할 경우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에 관한 실험을 거쳤다. 하지만 이 성분을 PHMG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로부터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받았는데도 생략한 채 제품을 제조·출시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고의까지는 없더라도 정황상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제품 용기 겉면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 표시가 됐다는 이유로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사장으로 재직한 2005년까지의 피해 유발 건에 대한 1차적인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보고 이후 기간인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옥시에 대해 다른 혐의점이 없는 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 주 부터는 다른 살균제 판매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검찰은 다만 옥시에 원료물질을 공급한 SK케미칼에 대한 수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SK케미칼 직원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이고, 피의자로 입건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이 원료를 공급하면서 설명서에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재를 한 이상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옥시를 인수한 영국 레킷벤키저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레킷벤키저 본사가 10억원 규모의 국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유해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