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큰 손들이 일본 지방 온천지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관광대국의 면모가 부각되면서 온천 지역 여관이나 호텔 소유자가 외국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일본 부동산 싱크탱크인 도시미래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외국 기업의 일본 여관·호텔 매입 건수는 46건으로 전년 대비 2.7배 증가했다. 이는 방일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대도시에서 여관 및 호텔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객실 단가도 올라 투자처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일본 여관이나 호텔이 투자처로 각광받기 시작한 건 2020년 도쿄올림픽·장애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후부터다. 부동산 중개업체에는 매일 매매 문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뿐만 아니라 대만과 싱가포르에서도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특히 하코네와 이즈, 가나자와, 유후인 등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 지역에 있는 물건을 선호한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매물 목록과 개요 자료를 요청, 구매 결정은 현지 답사를 통해 바로 결정한다. 일본 호텔여관경영연구소의 쓰지 유지 소장은 “한 중국인 남성은 총 10억 엔(약 108억원)에 이르는 여관 구매 계약을 앉은 자리에서 결정했다”며 “애초에 살 생각이 있는 경우에는 가격 흥정을 하지 않고, 바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투자 수익. 이들은 자국에서 자료를 받아보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정을 잡아 현지를 방문, 매물을 둘러보고선 무더기로 매입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여관(호텔)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숙박객도 모르는 사이에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직원 고용도 승계된다.
이는 경영난에 처한 지방 여관에는 가뭄에 단비다. 지방 온천 지역은 불황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본 정부가 방일 외국인을 2020년까지 작년의 2배인 40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을 내세우면서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일본 여관에 투자하는 건 반드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온천을 좋아하다보니 올 때마다 거주할 목적으로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다른 이유는 자산의 분산이다. 중국 부유층은 자산을 자국 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분산시켜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도 유력한 분산 투자처로 꼽힌 셈이다. 특히 일본의 땅값이 계속 추락함에 따라 지금이 매입 적기라는 판단이 강하다.
숙박시설 경영 컨설턴트인 이도관광연구소의 이도 다카오 대표는 “중소 규모의 여관은 노후화한 시설을 리모델링할 여유가 없어 객실 가동률도 낮다”며 “부활의 관건은 급증하는 방일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급증하는 방일 외국인은 투자자로서든 고객으로서든 지방의 관광산업 구조조정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방일 관광 붐이 꺾이면 온천지역 여관이나 호텔 경영자는 새로운 불안감을 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