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부설 자동차기술연구소
NF소나타 한 대가 100m 거리를 시속 80km 넘는 속도로 매섭게 달린다. 도착지는 노란색 육중한 철골.
정확히 13초 뒤, “쾅”소리가 시험장에 울러퍼진다.
충돌속도는 시속 50km. 고막을 찌를 듯한 소리에 참관하던 대인보상 연수생들은 몸을 움찔한다.
충돌 순간, 앞 범퍼는 반파되고 NF소나타는 뒤로 나가떨어진다. 차량 사방에서 냉각수, 엔진오일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신다. 0.02~0.03초만에 터져나온 에어백과 안전벨트 덕에 앞 좌석에 타고있던 2개 더미(인체모형)는 멀쩡하다.
지난 10일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보험개발원 부설 자동차기술연구소. 이곳에서는 연 60~70 차례 자동차 충돌시험이 열린다.
국내 자동차 충돌시험을 하는 곳은 이곳 자동차기술연구소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두 곳밖에 없다.
심상우 자동차기술연구소 시험연구팀장은“시험 차량은 700만~800만원대 중고 NF소나타인데 차량훼손 정도가 너무 심해 전손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 후, NF소나타는 바로 폐차 처리됐다.
왜 보험 관련 기관에서 자동차 충돌 시험을 하는 걸까.
자동차 충돌로 알 수 있는 차량 손상성, 수리비, 안전성 등이 모두 자차 보험료 책정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충돌시험에서 차량 손상이 덜 하고, 수리비가 적게 나오는 차량에 높은 등급을 부여한다.
이 차량을 구매하는 차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차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반대로 나쁜 등급을 받은 차량의 차주는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한다.
심 시험연구팀장은 “양호한 등급을 받은 차량이 나쁜 등급 받은 차량에 비해 연 보험료가 30만원 저렴하다면 10년 보유 시 300만원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셈이니, 결코 차이가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구소가 하는 충돌시험은 저속충돌 시험인 ‘손상성·수리성’ 평가와 고속충돌 시험인 ‘안전성’ 평가로 구분된다.
손상성·수리성 평가는 저속충돌시험(시속 20~30km미만)으로, 사람보다는 차량에 초첨을 맞춘다. 사고시 차량의 손상과 수리비 정도를 파악해 1~26 등급을 부여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보험료는 차량가액 대비 저렴하다.
이날 시험은 시속 50km 고속충돌 시험이었다.
최동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 1개 더미당 머리, 무릎, 골반 등 20여개 이상의 센서를 부착했다”며 “사람이 충돌과정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손상을 입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더미는 1개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고가장비에 속한다. 연구소 소유의 더미는 총 4개로, 모두 2000년대 중반 구입했다.
연구소는 고속 보다는 저속충돌 시험을 많이 한다. 보험처리하는 교통사고 대부분이 저속충돌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심 시험연구팀장은 “교통사고 차량 4대 중 1대는 보험으로 처리를 하는데 평균수리비가 앞 범퍼와 펜더만 교환해도 나오는 비용인 100만원정도밖에 안 된다”며“대부분 사고는 저속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차량 제조사들은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수리비가 적게 들도록 부품공급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과거 제조사들이 헤드램프 일체형(50만원대)만 공급해, 1000원대인 연결고리(브라켓)에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해도 거액의 수리비를 지불해야했다.
하지만, 연구소 제언 이후 제조사는 헤드램프 연결고리(브라켓)만을 따로 분리 공급하는 식으로 바꿨다.
박진호 기술연구소장은 “제조사들은 등급을 잘 받기 위해서 안전성을 높이고 수리비가 덜 나오도록 차량설계를 개선하고 있다”며 “보험개발원 등급평가로 산업과 산업간 견제가 돼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보험료 할인 등으로 이득을 보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진1>
10일 경기도 이천시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열린 NF소나타 시속 50km 고속충돌시험 현장. 차량 상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이곳에서는 연 60~70 차례 자동차 충돌시험이 열린다.
<사진2>
인체모형의 고가 장비인 더미(Dummy). 더미는 1개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인 고가장비다. 연구소 소유의 더미는 총 4개로, 모두 2000년대 중반 구입했다. 안전벨트와 에어백 덕분에 이날 더미 손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