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정미 상무 인터뷰
“한 10년은 됐죠. 조직 내 양성평등 문화를 만드는 데엔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한데 일찍부터 형성됐죠. 기회를 우선적으로 주고 공평하게 대우하고 제도를 만드는 것도 리더의 몫이거든요. 그런 리더를 만나서 회사를 지금까지 만들어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탁정미 효성 ITX 기획·인사부문장(상무)의 말이다.
최근에는 본사 건물 1층에 약 70평 규모의 직장 어린이집을 신설했는데, 주변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직장 어린이집은 좋은 제도에요. 그런데 생각보다 신청이 적더라구요. 가장 어려운 점은 출퇴근 문제였어요. 아이를 직장 어린이집에 맡기려면 우선 자기 차가 있어야 하고 여기에 기름값과 주차비도 부담이 되죠. 어린아이를 업고 지옥철로 뛰어드는 것은 엄두를 못 내요.”
또 기업의 특성상 전체 직원이 한 곳에 모여있지 않고 전국 사업장으로 흩어져있는 점도 문제였다. 그렇다보니 직원들은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길 원하는데 경쟁률이 몇십대 1에 달한다. 직장 어린이집도 좋은 제도지만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많아져야 한다고 탁정미 상무는 목소리를 높인다.
직장 어린이집은 탁 상무 말처럼 ‘계속근로’를 하는데 필요한 장치다. 여성이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고 일·가정을 양립하면서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정책과 제도가 있다고 경력단절여성이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예 일을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많이 한다고. 탁 상무는 “애 키우고 제발 복직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일ㆍ가정 양립엔 무엇보다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에서도 경단녀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하는데, 효성ITX는 재입사제도를 통해 경단녀를 사회로 불러내고 있다.
“과거의 경력과 근속년수를 그대로 인정해줘요. 재입사한 여성들은 이미 조직문화나 업무 이해도가 바탕이 돼 있기 때문에 적응이 빨라요. 기업도 조직원도 서로 좋죠.”
탁 상무는 본인이 여성 리더로서, 그리고 남녀차별이 심했던 시대부터 오랜기간 직장생활을 한 여성 근로자로서 늘 스스로 ‘정말 내가 남녀평등한가’라고 질문을 해본단다. 혹시 잠재돼 있는 불평등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회사 내 여성임원을 키워내고자 한다. 탁 상무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시간을 여성 조직원들과 갖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