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 목적·산업분야 특성 다른데 모두 적용… “복수 기준 만들어 적용범위 차별화 방식 바람직”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재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이를 원용하는 38개 법령에 모두 상향된 기준을 자동 적용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공정위가 규제 차등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대기업 관련 법안이 쉽게 문턱을 넘을지도 미지수다.
공정위가 9일 밝힌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대기업집단 자산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이를 원용한 타 법령에 대해 일괄적으로 상향된 기준을 적용한다. 중소기업기본법, 벤처기업육성법, 조세특례제한법, 소프트웨어산업법 등 38개 법령에 상향된 기준이 자동 적용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원용하는 법과 규제가 80여개에 달하는 만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통해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모두 27개 법률, 총 60개 규제에 준용되는데 그 제정 목적이 다르고 적용 대상 산업과 분야의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여타 법률에서 그대로 준용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요소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방송법도 공정거래법상의 기준을 준용하지만, 방송사 및 신문사에 대한 소유 규제는 현재도 자산규모 10조원으로 그 적용 대상을 좁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상의 재벌 규제는 기존 자산규모 5조원이 아닌 그보다 더 적용대상을 넓힌 2조원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공정위는 이번 개선안에서 ‘재벌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의무 등 사후규제는 현행 5조원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공정위의 바람대로 신속히 추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기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회에서 법률 개정 심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행령이 다시 개정될 수 있다”며 “결국 기업 입장에서 6개월 후에 (법이 시행될 때) 범위가 좁혀질지, 넓어질지 예측할 수 없고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모든 법률에 10조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획일적이고 경직적 규제”라며 “복수의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규제 목적과 산업 특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기준을 선택함으로써 적용 범위를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