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9년 만에 트레이딩 재개·주식 팔고 금 매수…칼 아이칸·블랙록 등 소로스 약세장 의견에 동의
헤지펀드의 대가 조지 소로스가 ‘닥터 둠’으로 다시 투자에 복귀했다. 1990년대 영국 파운드화 폭락과 아시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소로스의 복귀에 시장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위기가 도래하는 것을 알리는 전조가 아니냐며 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소로스가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와 시장의 대규모 변동 예측을 바탕으로 약세 베팅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로스가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역시 소로스의 약세장 의견에 동조했다. 아이칸은 “현재 주식은 고평가됐다”며 “소로스의 약세장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의 제프 로젠버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소로스와 아이칸의 메시지는 현재 시장 강세 주가기 끝물에 이르렀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소로스가 마지막으로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은 9년 전인 2007년. 당시 소로스는 미국 주택시장에 약세 포지션을 취해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취했다.
9년 만에 복귀한 소로스는 본인과 그 가족의 300억 달러 재산을 관리하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 최근 주식을 팔고 금과 금 광산업체 주식을 매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WSJ는 전했다.
소로스는 그동안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 공공정책활동과 자선사업에 전념해왔다. 이런 소로스가 갑작스레 복귀한 배경에 대해 WSJ는 지난해 소로스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스콧 베센트가 퇴사하면서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베센트의 뒤를 이어 새 CIO가 된 테드 버딕은 글로벌 거시경제 전문이 아니어서 소로스로서는 좌시할 수 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소로스는 올 초부터 사무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직접 거래를 지시하고 펀드 임원들과의 접촉 빈도도 늘었다.
그러나 파운드화에 대한 공격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을 굴복시키는 등 악명을 떨쳐온 소로스의 복귀는 분명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반가운 소식은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 증시가 연초 혼란을 딛고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고 중국증시도 안정을 찾았지만 소로스의 복귀로 세계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기 때문. 소로스는 WSJ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의 경기둔화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비관론을 늘어놨다. 그는 연초에도 “중국은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해 중국 정부를 격분케 했다.
그는 이민 위기와 그리스 문제,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인 ‘브렉시트’ 가능성을 예로 들면서 EU 붕괴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뉴욕증시는 소로스 복귀 여파로 하락했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0.8% 올라 지난달 1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