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 후 처음으로 장기 경영전략을 내놓는다.
전임자 마틴 빈터콘이 지난해 9월 이른바 ‘디젤 스캔들’ 여파로 물러난 후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마티아스 뮐러가 내놓는 첫 장기 경영전략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회사는 오는 16일 장기비전인 ‘전략 2025’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뮐러가 내놓을 이번 전략이 회사의 효율성 증대와 회사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에 균형을 맞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전문가는 이러한 전략은 전기화와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서비스 사업, 비용절감이 골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전기차 사업을 강화해 디젤스캔들의 오명을 벗고 친환경 자동차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낼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업계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온디맨드 차량 서비스 제공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를 의식해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비용지출을 줄이는 방안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되는 장기 전략에서 그간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지배구조 혁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지적했다. 폭스바겐 그룹을 지배하는 포르셰 피에히 일가의 측근은 폭스바겐은 회사의 거버넌스 변화보다는 전략2025의 실행과 디젤 스캔들이 맨처음 불거진 미국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의 20명의 이사회 임원 중 독립적인 인물은 단 한 명이라는 점을 들어 폭스바겐 내 감시와 견제 기능이 없었던 점이 디젤 스캔들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표되는 전략 자체가 ‘말 잔치’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빈터콘 전 CEO는 2년 전 근본적인 조치를 통해 2017년까지 비용 절감으로 50억 유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사의 지출 비용은 오히려 2010년 57억 유로에서 지난해 약 130억 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건비 지출도 200억 유로에서 360억 유로로 90% 급증했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