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랜들(54)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신간 ‘암흑 물질과 공룡’에서 공룡을 멸종시킨 혜성이 지구로 향하게 된 원인을 ‘암흑 물질’의 존재로 설명했다.
암흑 물질은 중력 반응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물질로 가시광선 같은 전자기파로 관측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원자로 구성된 보통 물질보다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배 이상 크다고 보지만, 실체가 뚜렷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랜들 교수는 “암흑물질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라며 “암흑물질은 우리와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다. 더 이상 이름에 현혹돼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신비의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랜들 교수는 암흑 물질과 연관 지어 공룡 멸종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랜들 교수의 가설에 따르면 항성이 밀집한 우리 은하 내의 원반면은 이중으로 돼 있다. 태양은 은하계를 공정하며 이중 원반을 3200만년 주기로 지나는데, 이때 중력이 약하게 작용하는 태양계 끄트머리 천체들이 암흑 물질의 영향으로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이들 가운데 하나가 혜성이 돼 6600만년 전 지구와 부딪혀 공룡의 멸종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직 입증된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는 “나는 ‘모델 빌더(이론과 가설을 만드는 학자)’다. 일단 현재까지의 과학적 발견을 통해 가설을 제시한 것이며 확인하고 입증하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암흑 물질과 공룡’ 중 은하계 구조에서 암흑 물질 원반의 영향력을 설명하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랜들 교수는 은하계의 탄생부터 태양계의 구성까지 우주의 역사를 암흑물질을 중심으로 일반 독자가 다가가기 쉽게 풀어냈다.
베스트셀러 ‘숨겨진 우주’,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를 저술한 그는 이 책에서 독특하고 광범위한 관점으로 암흑 물질을 지구, 우주의 역사와 연결지었다. 대중문화와 사회·정치적 관점도 끌어들이며 암흑 물질, 우주, 우리 은하, 지구와 천체의 충돌에 관한 최신 발견들을 사실로 확인된 것뿐만 아니라 추측 단계인 이론까지 모두 소개한다.
랜들 교수는 “우리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암흑물질이 우주 역사에는 물론이고 지구에 사는 생물들의 흥망성쇠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랜들 교수는 17일까지 열리는 ‘새로운 물리학 한국연구소’(NPKI) 주최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12년 설립된 NPKI에는 고려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등의 입자물리학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