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검찰의 대대적 비자금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 신동주·동빈 형제가 오는 25일 그룹 경영권을 놓고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세 번째 표 대결을 치른다.
그동안 두 차례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실패하는 등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를 계기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최후의 일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신동빈 회장 모두 현재 일본에서 우호 지분 결집에 나선 가운데 특히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각각 지난 16일과 12일 일본에 도착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18일 나란히 롯데그룹 계열 롯데재단 주최 회의에 참석했다.
롯데재단이 홀딩스의 주주(0.2% 지분)인데다 그룹 임직원들의 복리후생 등과도 관계가 있는 조직인만큼, 이 자리에서 두 형제가 홀딩스 관계자나 주요 주주들과도 만나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주 가운데 종업원 지주회와의 접촉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 28.14%, LSI 10.65%, 종업원지주회 27.75%, 임원지주회 5.96%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미도리상사·패미리·그린서비스 등 3곳이 13.94%, 오너일가와 재단이 15.18%를 보유 중이다.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 관계로 얽혀 의결권이 없는 LSI 지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의결권 지분율은 광윤사 31.5%, 종업원지주회 31.1%, 미도리상사·패미리·그린서비스 3곳 15.6%, 임원지주회 6.7%, 오너일가와 재단 15.2% 등이다.
신동주·동빈 형제의 개인 지분은 각각 1.62%, 1.4%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한·일 롯데의 총수 자리에 올라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가족(광윤사), 직원(종업원지주회), 임원 및 관계사 3개 주요 주주군(群) 가운데 적어도 두 곳의 지지를 얻어야하는 구조인데,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와 관계사·임원지주회는 모두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다.
현재 확실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우호 지분은 광윤사 정도다. 지난해 10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최대주주(50%+1 지분)이기 때문이다.
임원지주회와 관계사의 경우 현재 지주사 홀딩스의 이사회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만큼 이번에도 신동빈 회장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승패의 열쇠는 2대 주주(27.8%)의 종업원지주회가 쥐고 있는 셈이다.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 이상 직원 13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표는 각 회원이 개별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의결권을 위임받은 종업원지주회 대표(이사장) 1명이 주총에서 표를 행사한다.
따라서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전 부회장 모두 25일 주총 전까지 종업원지주회를 자기 편으로 계속 머물게 하거나 새로 끌어들이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종업원지주회 전체 130명 멤버들의 개별 의견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설득작업을 해왔다"며 이번 주총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난해 7월말 종업원지주회 대표(이사장)가 신동빈 회장 편향 인물로 교체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만큼 개별 종업원지주회원들을 접촉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 법률 대리인이 "만약 설득이 성공해 종업원지주회 상당 수 회원들이 '신동주 지지' 등의 입장을 성명 등을 통해 밝혔는데도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 다른 방향으로 표를 행사할 경우, 형사고발이나 민사소송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도 '세 번째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신 회장에 대한 종업원지주회의 변함없는 지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만큼, 이런 때일수록 경영 역량과 경영권 안정이 더 절실하다는 인식이 주주들 사이에 퍼져있다"며 "지난 주총 당시와 우호 지분 구도가 바뀐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 대표가 자기 마음대로 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주총 전에 종업원지주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대표로 행사하는 것인만큼 주총 결과에 대해 형사고발 등을 운운하는 것은 협박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