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애널리스트→벤처캐피탈리스트 변신
1995년 3월 처음 애널리스트를 시작할 때만해도 ‘바이오’라는 용어는 생소했고, 제약업종이라는 용어만이 주식시장에서 익숙했다. 그때 당시 제약업종의 시가총액은 1%가 채 안되어 제약업종만 담당해서는 소위 ‘밥벌이’를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화장품과 음식료를 같이 맡게 되었는데 지금은 이 3대 업종이 전체 시가총액의 10%를 넘어서는 주력업종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국내 헬스케어업종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크게 네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산업 사이클 상 수확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 바이오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던 2000년초 유수의 바이오벤처들이 생겨났고, 이 회사들은 Death Valley(창업 3~4년차)를 거쳐 5년 주기로 버블(줄기세포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진단, 면역치료제 등)이 생성 후 자금수혈의 반복적인 활동을 통해 성숙하게 되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글로벌 전략적 제휴(기술이전, ODM, 지분투자 등) 활발한 이유는 이러한 15년이라는 시간, 그 기간 동안의 자금 수혈, 실패를 통한 다양한 경험 등에 기인한 것이다.
둘째, 최근 2~3년 사이 헬스케어 업종 지위가 대폭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정부는 헬스케어를 육성해야한다는 당위성만 갖고 있을 뿐 실질적인 헬스케어분야 투자예산은 미미했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 보건복지부 주도하의 글로벌제약산업육성펀드 등 정부 주도의 헬스케어 매칭펀드가 본격적으로 결성되면서 헬스케어 업종지위는 급격하게 레벨업이 되었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 시가총액 비중은 KOSPI 기준 2014년 1% 수준에서 현재는 3.4%로, KOSDAQ 기준 2014년의13% 수준에서 현재는 20%로 확대되었다.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의료분야 투자비중도 2013년 11% 수준에서 현재는 21%로 두배로 늘었다.
셋째, 2000년대 후반부터 발생한 다국적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 위기(특허만료, 신약승인건수 감소)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에 있어서는 글로벌 진출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다국적제약사들은 파이프라인 위기에 대응 방안으로 Open R&D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Open R&D를 통한 상업화 성공사례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Deloitt Recap LLC database에 조사자료(281개 제약바이오업체, 1988년부터 2012년까지의 통계)따르면 신약 승인신청 단계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이프라인 보다는 Open R&D를 통하 파이프라인의 성공사례가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코넥스시장 활성화(예탁자산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 3천만원 이하 투자제한 철폐), 매출이 없고 적자나도 상장이 가능한 기술성평가제도 심사기간 단축, 스팩시장 활성화 등 정부의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들 수 있다.
국내 헬스케어 업종 전망이 밝은 추가적인 근거로는 삼성, SK, 삼양사 등 대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산업을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삼성그룹은 바이오시밀러 및 헬스케어기기 등의 상업화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SK그룹은 정신신경용 신약개발 및 진단 분야 상용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헬스케어분야 중 체외진단의 경우, 글로벌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높으며 국내 기업들도 최근 분자진단, 면역화학 영역에서 기반기술을 구축 글로벌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향후 체외진단시장 트렌드는 좀 더 간편한 자동화 솔루션을 선호하고, 한번에 여러가지를 동시에 검사하는 기능을 가진 기반기술에 주력하고 있으며 맞춤형 약물에 필수적인 동반진단기술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전체의약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0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단백질 및 항체 치료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향후에는 난치성 재생의료분야(유전자치료제, 줄기세포 및 면역 세포치료제)가 급성장할 전망이다.
2000년초가 ICT 제조 및 서비스가 국내 주식시장에 붐을 일으켰다면 15년이 지난 금년 이후에는 헬스케어가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10여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하늘에는 정보통신, 땅에는 생명공학”이라는 말을 한적이 기억난다. 글로벌 IT업체들도 신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업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명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