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나이키’ 로고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전 우선 초록색 빨대가 꽂힌 아이스 커피와 에어쿠션이 강조된 운동화가 떠오릅니다. 그 형상을 따라가다 보면 ‘질이 좋다’, ‘직원이 친절하다’, ‘편하다’, ‘비싸다’가 연상되죠. 부정적 것보다,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습니다.
왜 갑자기 스타벅스와 나이키 이야기냐고요? 얼마 전 한 취업포털에서 조사를 해봤는데요. 우리나라 20대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이 두 개가 꼽혔습니다. 남성들은 삼성(7.7%)과 애플(3%)보다 나이키(20%)를 더 선호하고요. 여성들은 3명에 1명꼴로 스타벅스(35.1%)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이 좋아서라기보다 친숙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 말입니다. 기업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는 생명과도 같죠. 소비자는 이제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소비하니까요. 한국 기업들이 광고 홍보비로 연간 10조원에 가까운 돈을 쓰는 이유입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는데요. 스타벅스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해볼까요? ‘스세권’이라고 아십니까? 스타벅스 주변 부동산을 말합니다. 역세권의 파생어죠. 맥세권(맥도날드 배달 서비스가 닿는 지역) 유의어이기도 하고요.
요즘 2030세대는 집을 선택할 때 ‘스세권’을 따진다고 합니다.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는 강남의 한 오피스텔 월세는 주변 시세보다 10~20만원 더 비싸지만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거주지를 선택할 때 교통, 외식, 문화뿐 아니라 브랜드까지 따진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볼까요? 이번엔 국가입니다. 영국의 한 브랜드 컨설팅 업체에서 국가별 브랜드 가치를 따져봤는데요. 지난해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1조920억 달러(약 1262조6800억원)로 평가됐습니다. 2014년 9970억 달러(약 1152조9300억원)보다 10% 늘었다고 하네요.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1위는 단연 미국(약 2경2796조3700억원)이고요. 독일(약 4820조600억원), 영국(약 3471조원), 일본(약 2314조원)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0위권 밖에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복지 강국 스위스ㆍ스웨덴은 제쳤다고 하니 위안이 되네요.
이 순위는 기업의 투자문화, 국민의 삶의 질, 외국인 투자유치 능력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오랜 시간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들이죠. 그런데 가끔은 눈 깜짝할 사이 강력한 한 방(?)을 남기는 것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개봉된 ‘어벤져스2’의 한 장면인데요. 주황색 택시, 초록색 도로 안내판, 12인승 승합차…. 익숙하시죠? 맞습니다. 영화 속 배경은 한국입니다. 마포대교, 강남대로, 세빛섬 등에서 촬영돼 재작년 숱한 화제를 모았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벤져스 2’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4000억원에 달할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국가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2조원 늘어날 거라고 봤고요.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에서 촬영된 탓에 관광객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프로도 효과’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일상 속 선택의 순간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다.”
전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말입니다. 소비자가 그 순간에, 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게 ‘기업의 혁신’이란 뜻이죠. 제품 못지않게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가 “우리가 매킨토시를 출시했을 때 IBM은 우리보다 연구개발에 100배 많은 돈을 썼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고요.
자고 나면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개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개인의 브랜드화(化)’가 강조되고 있죠. 스펙과는 다릅니다. 영화 먹방(먹는 방송) 하면 배우 하정우가 생각나고, 예능 MC 하면 유재석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OO하면 걔가 딱이지!”의 주인공으로 살고 계신가요?
*친절한 용어 설명: 프로도 효과가 뭔가요?
영화 흥행에 따른 경제적 파급력을 말합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판타지 시리즈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의 배경은 뉴질랜드인데요. 인구 400만명에 불과한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덕분에 국가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고, 한 해 관광객이 5%나 늘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현상을 영화 속 주인공 이름과 같은 ‘프로도 효과’라고 부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