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로 판로 넓혀 샤프 회생시키려는 전략…샤프 구조조정도 시사
일본 샤프를 지난 4월 인수한 대만 혼하이정밀의 궈타이밍 회장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기기 수탁제조서비스업체(EMS) 혼하이는 22일(현지시간) 개최한 연례 주주총회에서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한국 기업을 따라 잡겠다는 의욕을 보였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샤프는 4월 혼하이의 손에 들어간 이후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을 둘러싼 혼란이 표면화됐다. 그러나 궈 회장은 샤프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주총 후 기자들에게 “미국 백색가전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강하지만 혼하이와 샤프가 협력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들 사이에서 샤프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이날 주주총회에서 궈 회장은 비전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이해를 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이미 미국에서 판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현지 소매업체인 코스트코, 아마존닷컴과 제휴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 공장을 만들고 샤프의 가전제품을 판매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궈 회장은 자신이 애플 경영진을 설득해 아이폰 위탁생산 계약을 따내 혼하이를 매출 14조 엔(약 154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키운 것을 상기시키면서 “샤프는 좋은 기술이 있는데 이를 돈벌이로 연결하는 법을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로 판로를 넓혀서 샤프를 회생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에서도 새 전략을 내세웠다. 혼하이는 지난해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과 손잡고 인도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궈 회장은 “샤프도 이 사업에 참가한다”며 “인도는 물론 미국과 대만에서도 태양광 관련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하이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사업모델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분기 아이폰 판매가 2007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위기를 맞고 있다.
샤프 인수는 EMS를 넘어 새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주춧돌이 된다. 궈 회장은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창업하는 것과 같다”며 “절대로 성공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한편 혼하이는 이날 주총에서 샤프 구조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샤프는 지난 5월 ‘전 세계에서 7000명 정도 인원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고 기재된 자료를 임시 공개했으나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다이정우 혼하이 부회장은 “비용절감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샤프 차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상태다. 샤프 문화에 대해 다이 부회장은 “부잣집 아들과 같다”며 “실적에 맞지 않는 고액 보수를 받는 계열사 사장, 고객과의 계약 기간이나 금액 협상에서 자사에 불리하게 돼 있는 점 등 비용 관리 허점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궈 회장은 “일본은 팀플레이를 평가하지만 우리는 인사 평가에 개인 기준으로 신상필벌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혼하이의 실력주의 문화를 샤프에 이식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다만 이런 구조조정이 인재 유출과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샤프 회생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