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대표 만나 현장 목소리 귀기울여… 헬스케어·IT 소프트웨어 중심 선도 업종 변화… ‘제2 코데즈 사태’ 없도록 건전성 제고
다음 달 1일 ‘스무살’을 맞이하는 코스닥이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때 유가증권시장의 ‘2부 리그’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코스닥시장은 이제 유가증권시장은 물론이고 나스닥, 차스닥 등 그 어떤 시장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게임업종의 코스닥 대표기업들이 시장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 이에 코스닥은 기술·성장형 기업을 위한 메인보드 시장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에 이투데이는 지난 23일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을 만나 코스닥의 정체성과 미래비전 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코스닥 20주년’을 앞두고 김 본부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제8회 대한민국 코스닥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공로상을 받았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코스닥 글로벌 IR콘퍼런스에도 참석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코스닥시장의 외국인투자자 유치 등 투자저변 확대를 위해 코스닥 기업 16곳을 대상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IR 콘퍼런스를 개최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60명이 넘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방문해 IR 참여 기업들과 만남을 가졌다”며 “올 하반기에도 지역별·산업별 IR 등을 계획하고 이를 통해 해외·기관 투자자들에게 코스닥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코스닥 기업을 만나는 것은 IR와 같은 공식행사에서뿐만이 아니다. 김 본부장은 수시로 코스닥 기업 대표들과 만남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도 시간도 가리지 않는다.
김 본부장은 “코스닥 기업 대표들과 직접 만나 코스닥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지 수시로 이야기를 듣는다”며 “상장돼 있는 코스닥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해결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현재 코스닥시장 본부가 준비 중인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이렉트 메일 서비스도 그런 경우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가운데 약 70%가량이 싱가포르와 홍콩을 통해 이뤄지게 되는데 막상 현지에는 한국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가 없다”며 “때문에 현지 기관투자자들도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한국기업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IR 등을 통해 확보된 현지 펀드매니저들의 정보를 활용해 코스닥 기업의 정보를 메일 등을 통해 직접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관련 시스템 구축은 마친 상태이며 7월이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또한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의 자금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12개 국내 주요 연기금 CIO들과 만나 코스닥시장으로의 연기금 투자 확대를 촉구한 것.
이와 함께 기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투자 환경 만들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본부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 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마땅한 헤지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에 헤지 거래 수요를 위한 관련 지수 개발은 물론 코스닥 종목을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본부장은 올 하반기에도 상장사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넷마블게임즈와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규모가 큰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과거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시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제 코스닥 시장도 애플, 페이스북 등이 상장된 미국 나스닥처럼 기술·성장형 기업에 특화된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어 과거처럼 규모에 따라 시장을 선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스닥 시장의 선도 업종은 과거에 비해 달라진 모습이다. 2008년 코스닥 시가총액의 절반 남짓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해왔던 IT 하드웨어와 일반제조업의 비중이 지난해 40% 수준까지 축소된 반면 헬스케어·IT 소프트웨어·문화 등 업종은 20%에서 35%로 비중을 대폭 키운 것이다.
김 본부장은 “대한민국의 전통 산업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혁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의 핵심 주체는 코스닥에서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은 미래성장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코스닥 시장을 규모가 작은 기업을 위한 시장이 아닌 기술·성장형 기업의 메인보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코스닥 시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 많다. 올 초 불거진 코데즈컴바인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코스닥 시장의 안정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도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데 책임의식을 갖고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