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통신] “돈과 가치는 같은 게 아니랍니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에 대한 고발이 아니다

나도 그 체제를 믿는다, 다만 과용이 문제”

5월 13일 개봉한 스릴러 드라마 ‘머니 몬스터’(Money Monster)의 감독 조디 포스터를 최근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인터뷰했다. 영화는 TV의 투자전문 쇼 호스트인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의 조언에 따라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청년 카일 버드웰이 방송사에 난입, 생방송 중인 게이츠를 인질로 잡고 난동을 부리는 얘기로, 쇼의 제작자로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다.

여고생 스타일의 포스터는 똑소리 날 것처럼 총명했는데 매우 차가운 인상이었으나 질문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작고 가는 참새를 연상케 하는 포스터는 인터뷰 후 필자와 사진을 찍을 때 필자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내 영화 제작에 한국인들이 여러 명 참여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가까이에서 얼굴을 들여다보니 멀리서 보는 것과 달리 주름살이 많았다.

“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모험이었다. 만드는 데 4년이나 걸렸다. 조지(클루니)가 각본을 읽고 출연을 결정한 뒤로는 만사가 빨리 진행됐다. 여러 개의 얘기를 내포한, 지적으로 도전적인 작품이다.”

△요즘의 돈과 인간과의 관계가 당신이 젊었을 때와 달라졌다고 보는가.

“이 영화에서 돈은 하나의 아이디어요, 유령과도 같은 것이다. 돈과 가치는 같은 게 아닌 데도 사람들은 둘을 같이 취급한다. 나는 이만큼 돈이 있으니 가치가 있고 또 나는 이런 차를 가지고 있으니 가치가 있다고들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돈에 대해 걱정해야 했다. 우리 집의 살림살이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돈은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에 A를 맞아야 했고 직업에 있어서도 최고가 돼야 했다. 돈이란 이렇게 동기가 될 수 있으나 늘 공허한 것이다.”

△요즘에도 돈에 대해 걱정하는가.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덜 걱정하게 된다.”

△지난해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이 젊었을 때 가장 강렬한 영향을 받은 영화로 당신이 미성년 윤락녀로 나온 ‘택시운전사’를 꼽았는데, 그 영화가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그와 같은 미국의 고전에 참여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영화가 만들어진 1970년대는 미국 영화계의 황금기였다. 난 그 시기의 영화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당시 활약한 시드니 루멧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다. 내 영화도 루멧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돈을 가졌다가 잃는 것과 아예 갖지 못하고 원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못한 것이라고 보는가.

“이 영화는 자본주의에 대한 고발이나 기소가 아니다. 나는 그 체제를 믿는다. 문제는 그것을 과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도박을 할 때 25센트에서 시작해 3달러를 만들었다가 다시 잃고 본전이 됐는데도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돈을 외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만이 월 스트릿을 비판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난 정치 얘기를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토론을 보면 정치와 재정과 연예가 모두 한 덩어리가 된 것을 알 수 있는데 내 영화와 같은 얘기다. 난 내 아들이 정치에 관여하려 해서 염려스럽다. 이번 선거가 젊은이들의 관심을 유발한다면 좋은 일이다.”

△평소 수집하는 물품이 있나.

“그림과 사진을 좋아한다. 내 집이 무너진다면 그것부터 먼저 건질 것이다. 그러나 난 소유욕이 별로 없다. 나이가 먹을수록 더 그렇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지만 쾌적한 집이면 된다.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자유를 의미한다. 그런데 난 맛있는 음식을 정말로 좋아해 아무리 비싸도 좋아하는 음식은 사 먹는다.”

▲ 조디 포스터 감독, 조지 클루니 주연 ‘머니 몬스터’.

△그동안 살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 그리고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랑스러운 것은 ‘택시운전사’처럼 1970년대 영화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내가 처음으로 감독한 ‘리틀 맨 테이트’다. 불완전하지만 내가 100% 느끼는 것을 화면에 올린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후회할 일은 별로 없는데 있다면 내 경력과 흥행 위주로 출연작을 선택한 것이다. 다시는 그런 선택을 안 할 것이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남녀 간에 봉급을 비롯해 아직도 차별이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화계에 여성 감독이 별로 없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유럽과 다른 곳, 그리고 TV에서는 진전이 있으나 유독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계만이 남성 위주다. 그러나 이것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남녀 고용에 관한 통계나 배분율을 더 이상 보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예술은 결코 그런 것들에 의해 통제될 수 없는 것이다.”

△유럽에서 오래 살았는데 미국과의 차이가 무엇인가.

“미국에는 귀족체제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다 자기를 재창조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자손에게 물려줄 수가 없으니 케네디라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면 이렇게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 문제가 생긴다.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돈을 번다는 것으로 우리 문화의 전체적 가치는 금전적 가치를 둘러싸고 돌아가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인가. 그중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머니는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로부터 배운 것은 내가 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묻는 윤리의식이다. 그리고 가족을 버리지 않고 단단히 결합한다는 것이다.”

블로그: hjpark1230.blogspot.com

‘택시 드라이버’의 열두 살 창녀, 이젠 할리우드서 가장 지적인 배우이자 감독

이 영화를 보고 포스터에 푹 빠진 존 힝클리가 포스터가 예일대 1학년일 때인 1981년, 포스터에게 짙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당시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을 저격했다.

포스터는 ‘피고인’(1988)과 ‘양들의 침묵’(1991)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탔고 이어 제작사 에그픽처스를 설립, ‘넬’ 등의 영화를 제작했으나 2000년 초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영화사는 문을 닫았다. 포스터는 현재 감독활동에 주력하고 있는데, 2013년 필자가 속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생애업적상 세실 B. 드밀상 수상 소감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2014년 배우이자 사진작가인 알렉산드라 헤디슨과 결혼한 포스터는 전 애인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