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시장은 어느 업종보다도 약육강식의 본능이 숨쉬는 곳이다. 올 상반기에도 통신3사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물린 치열한 전쟁을 치르며 갖가지 이슈를 낳았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은 단연 뜨거운 이슈였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M&A 심사에 돌입했지만, 찬반 진영이 나뉘며 격렬한 수싸움을 벌였다. 또한 다소 싱겁게 끝났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주파수 경매도 올 상반기 통신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도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을 담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논란도 통신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이슈는 아직 진행형이다. 공정위가 합병심사 보고서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더 이상 진척을 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업계 간 날선 소모전만 반복되고 있는 형국이다.
SK텔레콤과 반(反)SKT 진영은 작은 이슈 하나에도 각각의 위치에서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며 여론전에 불을 지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3월 발표한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놓고도 각 진영 간 해석은 사뭇 달랐다. KT와 LG유플러스 등 반SKT 진영은 “이번 평가 결과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불허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가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내용을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소매시장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하회했다”며 상대편의 주장을 일축했다.
미래부가 주관한 공청회에서도 찬반 진영 간 난상토론은 이어졌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M&A 필요성을 적극 알렸지만, 반대 진영은 “이번 합병이 사회 각 부문에 큰 파급 효과를 몰고 올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통신업체의 최고경영자(CEO) 간 주장도 팽팽하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지금이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합병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CJ헬로비전의 M&A가 통신과 방송시장 모두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통신3사 주파수 대전= 수조원 규모의 ‘쩐(錢)의 전쟁’으로 일컫던 주파수 경매도 올 상반기 통신 시장을 달군 화두였다. 예상과 달리 주파수 경매는 쉽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각 통신사별로 치열한 신경전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주파수 경매는 지난 4월 29일에 이어 5월 2일 속개된 주파수 경매에서 최종 낙찰자가 결정돼 경매가 종료됐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D블록(2.6㎓)은 9500억 원에 SK텔레콤에게 돌아갔다. SK텔레콤은 또 같은 2.6㎓ 대역인 E블록도 3277억 원에 차지했다. 2.6GHz는 LTE 대역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대역으로, 장비 공급이 용이하고 사용 기간도 10년(2026년까지)이라 인기가 높았다. 그동안 이 대역은 LG유플러스만 사용했는데 이번 낙찰로 SK텔레콤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저 경쟁가격 7620억 원이었던 A블록(700㎒)은 유찰됐지만 B블록(1.8GHz)은 KT가 4513억 원에, C블록(2.1GHz)은 3816억 원에 LG유플러스가 차지했다. 낙찰된 4개 블록 중 최저입찰가보다 가격이 오른 블럭은 D블럭 1곳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주파수 경매의 전체 낙찰가는 2조1106억 원으로 당초 전망치인 3조 원에 크게 못미쳤다.
통신 3사는 올해 주파수 경매가 합리적으로 끝나 사업자 모두에게 ‘윈윈게임’이 됐다고 평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파수 경매는 과거와 달리 각 사업자별로 다른 대안이 존재하는만큼 입찰경쟁이 생각처럼 과열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입장에서는 주매수 경매가격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자금 확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래부는 “경매에 나온 주파수는 이미 LTE 기반을 굳힌 이통3사에는 ‘보완재’ 역할을 하는 대역”이라며 “이 때문에 절박함이 덜한 것 같았다”며 흥행 부진을 분석했다.
◇단통법 개정 논란= 올 상반기 마지막 달인 6월에 터진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통신시장의 핵과 같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지원금 상한제는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당시 통신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장치로 만든 조항이다. 현재 휴대폰 지원금 상한선은 33만 원이다. 다만, 출고한 지 15개월이 지난 휴대폰은 제외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금 상한제 폐지 검토소식 뒤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간 미묘한 기류였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지난해 말 기재부가 불을 지폈다. 당시 기재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 3월 중에 단통법 성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6월 중 지원금을 포함한 전반적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방통위는 협의 없이 나온 기재부의 폭탄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업계 간 시각차도 컸다. 통신업계는 “지원금 상한제가 시장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현행 유지를 희망했다. 반면, 단말기 제조업계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내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다른 입장을 취했다.
불똥은 국회로도 튀었다. 여당인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지원금 상한선 철폐를 골자로 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비자들이 고액의 통신비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후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내년 9월까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