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에게 상장회사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내역을 공시하게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 센터에서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의 쟁점과 한계’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은 자칫 기관투자자와 기업에게 정부의 경영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제정과정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스튜어드십코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도 여전히 논쟁 중인데다가 코드에 가입한 기관 중 준수율은 10%에 불과해 실효성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영국도 도입 초기에 이 제도가 단기적 성과주의를 부추길 수 있고 기관투자자 간 담합을 조장해 내부자 거래의 부작용을 키울 수 있으며,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2010년 제정 이후 코드에 가입한 기관투자자가 2011년 234개, 2012년 259개, 2013년 290개, 2015년 11월 현재 306개로 꾸준히 증가한 데 반해 코드에 가입한 기관 중 30여곳만 코드를 준수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영국,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과 비교할 때 기관투자자의 모니터링 및 관여 범위가 가장 넓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일본의 코드에 포함된 ‘역량과 전문성 조항’은 일본 외에 다른 나라에는 없는 조항이지만 한국은 이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한국형 코드는 일본 코드가 채택하지 않는 사회·환경적 위험 및 리더십 점검·감시 항목도 포함하고 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조항이 과도하게 구체적인 것도 한국형 코드의 문제”라며 “문제 있는 이사의 연임에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와 이사·감사후보의 추천 등의 사안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진행된 데다가 제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부족했다”며 “법적근거 규정 없이 행정지도를 하는 우리나라 관행을 고려할 때 수범자 입장에서 사실상 경성규범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만약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을 계기로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기업의 경영진에 대해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그러한 요구로 인해 경영권의 교체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거나 경영자에 대하여 위협으로 작용한다면 경영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전략적 투자를 포기하는 경향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관투자자들이 단기 관점에서 주가상승에 지나치게 비중을 둘 경우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다른 국가에서 ‘직수입’한 형태의 ‘지침’보다는 우리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한 지침에 무게를 둬야한다”고 말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기관의 감시와 대화에 대한 의무조항 말고 지나친 경영간섭을 방지할 금지 조항도 필요하다”며 차등의결권, 황금주제도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