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신평사 설립 움직임에 시장 지배력 강화..신용평가 시스템 선진화 기대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가 한국신용평가 지분을 100%로 늘리면서 한국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제4 신평사 설립이 구체화되자 미리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란 관측이다.
19일 신용평가 기업인 나이스는 자회사 나이스인프라가 보유한 한신평 지분 49.99%(49만999주)를 무디스에 매각하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540억원으로 자기자본대비 48.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국내 3대 신용평가업체인 한신평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에 속하는 무디스는 지난 1988년 한신평 지분 10%를 처음 취득한 데 이어 2001년 40만주를 추가 매입해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 바 있다.
◇ 무디스의 노림수는 제4 신평사 설립 전 시장지배력 확대 = 무디스의 이같은 행보는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제4 신평사 설립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자 사전에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제4 신평사 설립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향후 수익성이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분보유율을 100%로 늘리는 것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대비해 영업을 공격적으로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 이달 초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회사채시장 인프라 개선방안에는 ‘신용평가시장의 경쟁력 촉진을 위해 신용평가 시장 체계를 개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3분기(7~9월) 중 세부방안을 확정해 이르면 8~9월에 관련 방안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최근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역내 신용평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한신평을 거점 삼아 무디스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을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 업계가 과점을 바탕으로 이익 구조가 탄탄한 점도 글로벌 기업이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규제에 따라 한신평과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가 3등분하고 있는 과점 상태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실적이 가능한데다, 배당 성향까지 높다. 한신평의 배당성향은 90%로 지난해 순이익 73억 중 66억을 배당했다.
◇ 선진기법 도입 ‘뒷북 평가’ 논란 사라질까 = 무디스의 국내 시장 영향력 강화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 시스템이 선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논란이 많은 뒷북 신용평가까지는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무디스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국제 기준에 맞는 평가 시스템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라며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다른 신용평가사들 역시 새로운 경쟁체제에 맞서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실장은 “무디스는 자사 시스템을 공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접목시키려 들 것”이라며 “이로 인해 선진 시스템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의 국내 진출에도 불구하고 신평사들이 뒷북 평가 논란에 대한 꼬리표를 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교수는 “업계의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는 특징으로 신평사는 기업을 평가하면서도 실제로는 을의 위치에 있다”며 “글로벌 신평사도 2008년 글로벌 위기때 뒷북 논란이 많았던 만큼 이런 구조 변화없이는 개선이 힘든 부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무디스의 등장은 오히려 등급 인플레이션 쪽으로 경쟁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한신평 관계자는 “예전부터 한신평 직원의 명함에는 무디스 계열이라는게 표시돼 있었다”며 “이미 경영권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무디스에 완전 매각되고 나서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